[연말연시 과음②] 이것만은 끊자···폭탄주·원샷·강요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논란이 되고 있는 주취감형(酒醉減刑)이란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형벌을 줄여주는 것이다. 즉, 형법 10조 “심신장애(心身障碍)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예를 들면, 2008년 초등학생에게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조두순은 술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징역 15년에서 12년으로 감형선고를 받았다. ‘주취감형’이 적용된 판결이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법원도 적용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 있지만,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르면 형이 줄어드는 판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주취감형’은 형법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책임이 없으면 형벌도 없다는 책임주의(責任主義)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취감형이 술을 마셨다고 무조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음주로 인해 사물 변별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음주를 했다고 감형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4-15년 자살자 121명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결과에 따르면 음주상태에서 자살을 감행한 사례가 39.7%로 나타났다. 또한 각종 불법과 사고 등도 음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음주운전이 지난해 1만9769건이 발생하여 481명이 사망하고 3만4423명이 부상을 당했다.
음주문화 유형을 일상 속의 음주(식사 때 반주)와 일과 후의 음주(주점에서 음주)로 나눌 수 있다. 일상 속의 음주(wet culture)는 음주 빈도는 많으나 음주량은 적으며 사교가 목적이며, 남유럽의 와인 문화가 대표적이다. 일과 후의 음주(dry culture)는 음주 빈도는 적으나 음주량이 많고 취하도록 마시는 북유럽의 맥주문화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특징은 음주규범이 일관되지 않고, 지배적이지 못하다. 음주연령은 성인에 한정되지만, 미성년자 음주도 상당한 수준으로 청소년 10명 중 남학생 1.7명, 여학생 1.1명이 음주자다. 이는 증가 추세에 있다. 일과 후 음주가 일반적이지만 음주공간의 엄격한 분리가 안 되어 있다. 소통과 집단문화로서의 음주지만 최근에는 ‘혼술’이 증가하고 있다. 음주행위에 대한 도덕적 요소가 약하여 과도한 음주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공공장소에 대해 음주를 규제하도록 했다. 이에 2017년 5월 기준 전국 244개 지자체(地自體) 중 서울 15개구를 포함해 53개 지자체가 금주구역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최근 여의도공원 등 직영하는 22개 공원을 ‘음주청정구역’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곳에서 주취자의 난동에 대해서는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2016년 지정했다. 한국인의 음주폐해는 매우 크고 다양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음주를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흡연, 비만보다 더 많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음주 폐해 방지 정책이 시급한 까닭이다. 최근 발표한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 등 절주(節酒)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고, ‘생활 속 절주 실천 수칙’을 확산 보급하여야 한다. 즉 술자리는 되도록 피하고, 남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으며, 원샷을 하지 않는다. 폭탄주를 마시지 않으며, 음주 후 3일은 금주(禁酒)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