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독립영화 허철 감독의 ‘돌아온다’···울주군 ‘지역영화’ 가능성 제시

[아시아엔=전찬일 영화평론가] 명색이 영화평론가이건만,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많이는 보지 않고 가능하면 글도 쓰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다.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영화 못잖게 소중한 다른 데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서다. 그러다 보니 큰 이슈가 되지 않기 마련인 저예산(독립)영화들을 거르거나 놓치기 일쑤다.

와중에 개봉 첫날, 작심하고 <돌아온다>를 찾아가 관람했다. 허철 감독, 김유석·손수현·박병은·리우진·김곽경희·최종훈·이황의·강유미 주·조연의, ‘그리움’에 관한 휴먼드라마. 아무도 찾지 않을 것만 같은, 후미질 대로 후미진 곳에 위치한 막걸리 집, ‘돌아온다’. 그곳은 마음 깊은 곳에 간절한 그리움을 품은 이들의 안식처다. 그곳에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어느 날, 서울에서 주영(손수현 분)이라는 젊은 여성이 그곳을 찾는다.

영화를 본 데 그치지 않고 이렇게 원고까지 쓰는 이유는, <돌아온다>가 평소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나아가 직접 기획·제작까지 함께 하고픈 ‘지역영화’의 어떤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여겨서다. 이 영화로 장편극영화 데뷔전을 치른 감독과의 인연도 인연이나, 일찍이 김기덕 감독의 <섬>(2000) 등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품어온 김유석의 7년만의 영화 주연작이라니 작은 성원이나마 보내고 싶기도 하고.

‘돌아온다’로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금상을 받은 허철 감독. <사진=AP/뉴시스>

<돌아온다>가 세상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울산광역시 울주군이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통해 제작비 일부를 투자해줬고, 울산시 역시 제작 지원을 해준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가 예외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적잖은 지자체들이 그런 유의미한 시도를 심심치 않게 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돌아온다>처럼 개봉 전에 이미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일궈낸 사례는, 내가 아는 한 거의 없다. 보도됐다시피 영화는 올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공식 초청돼 크고 작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9월에는 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첫 영화 경쟁’(!st Film Competition)에 진출해 금상을 차지했다. 이러니 어찌 지역영화의 성공사례라 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뿐이 아니다. 영화는 울산이라는 지역성·장소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다. 9개의 산이 능선을 이루며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영남알프스 등 울산 울주군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는 영화답게, 신불산과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주변 지역의 풍광을 인상적으로 담아낸다. 풍광을 음미하는 맛만으로도 영화는 눈길을 끌기 충분하거늘 그 풍광은 스펙터클로 드라마와 유기적으로 결합돼, 극중인물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형상화하는 기표로서 완벽하게 작동한다. 가히 이 영화의 으뜸 덕목이라 할만하다.

영화의 원작 격인 동명 연극은 보지 못했으니, 논외로 하자. 그 풍광을 배경으로 캐릭터들의 사연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치 않다. 주영은 과연 누구일까. 도대체 그녀가 들고 있는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기에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걸까. ‘돌아온다’의 주인장 변사장(김유석)은 누굴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척 보기엔 천상 ‘땡중’인 스님(리우진)의 정체는 무엇일까. 욕지기 할매(김곽경희), 늘 취중인 진철(최종훈), 숙박업 사장 황의(이황의), 재일교포 유미(강유미)···. 그들의 사연은 무엇일까. 그리고 현판의 탄생 비밀은 무엇일까?

“거대자본으로 포장한 비스므레한 영화들만 판치는 한국영화판에 색다른 영화로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 때문일까, 감독은 그러나 위 사연들을 단선적으로, 손쉽게 펼쳐 보이지 않는다. 별 다른 단서나 정보도 없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자유자재로 시제를 뒤섞는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두뇌를 동원하지 않으면 이야기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내러티브 구조가 관객들이 편히 따라가기엔 다소 복잡하다고 할까. 이러한 플롯의 복합성 내지 입체성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인 바, 어떻게 수용될지는 단언할 자신이 없다.

영화는 소홀히 해선 안 될 듯한 어떤 사건에도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폐교 위기에 놓인 초등학교의 운명과 연관된 사건. 영화의 시간적 제약도 그렇거니와 막걸리 집 ‘돌아온다’를 축으로 펼쳐지는 드라마가 그렇겠거니 치더라도, 사회적 함의를 띠는 그 사건을 그렇게 무심하게 처리한 감독의 선택을 지지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이런 흠들이 <돌아온다>의 미덕들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다. 이 디지털화된 초현대에 지역성을 그렇듯 잘 살리면서도, 그 장소성을 기반으로 우리네 인간들의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아날로그적 아련한 감성으로, 그것도 지적 자극까지 곁들여 형상화시킨 영화와 조우하는 건 흔치 않다.

이 영화의 사운드 또한 귀를 잡아끌기 모자람 없는데, 특히 영화의 말미를 장식하는 주제곡 ‘돌아온다’는 영화에 예상치 못한 긴 여운을 선한다. 그 곡은 (고)조동진·조동익 형제의 동생인 조동희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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