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볼만한 영화①] <알라딘>과 <라이온 킹> 단상

라이온 킹

[아시아엔=전찬일 영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아시아엔> 대중문화 전문위원] 지난 7월 19일 오후, 1천만 고지를 넘었는데 미처 보지 못했던 <알라딘>과, 개봉 3일째를 맞이한 <라이온 킹>을 잇달아 관람했다.

장르 불문 디즈니영화를 내리 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1992년과 1994년 기록적 성공을 일궈낸 두 애니메이션 원작들이 워낙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줄거리를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터. 두 애니는 개봉연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흥행 대작들이다.

‘알라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번에 선보인 <알라딘>과 <라이온 킹>은 2016년 6월의 <정글북>과 2017년 3월 <미녀와 야수>에 이어 세번째와 네번째로 선보인 디즈니 라이브 액션물들.

2D 애니의 평면성을 극복하고 실사 영화의 맛을 안겨주려는 여느 입체적 3D 애니와는 달리, 실제 배우들을 연기(<알라딘>시키거나 컴퓨터그래픽(CG)에 의한 동물들의 라이브화(<라이온 킹>)로 영화 감상의 색다른 맛을 안겨주었다.

한국에서 개봉된 외국영화 중 7번째로, 한국영화를 포함해선 25번째로 1천만 고지를 넘은 <알라딘>은 7월 23일(화요일) 기준으로 1100만선을 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10억달러에 육박하며 박스오피스 40위에 마크돼 있다.

<라이온 킹>은 개봉 1주일째인 23일 260만여명을 동원하며, <알라딘>의 2배가량의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벌써 5억6000만달러를 넘는 위세를 과시 중이다.

그렇다고 <라이온 킹>이 <알라딘>에 이어 8번째 천만 영화가 되리라고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기생충>의 경우 개봉 일주일 흥행 수치가 450여만명이었거늘, 종합 26번째로 천만 고지를 넘는데 53일이나 걸렸다. 따라서 <알라딘>의 천만 돌파가 예외요, 어느 모로는 기적이라 할 만하다. <알라딘>의 기록적 역주행은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 즉 입소문의 위력이 얼마나 결정적일 수 있는지를 새삼 입증했다.

한데 그 위력의 으뜸 공신이 다름 아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면 어떨까?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그 이유는 잠시 후 말하기로 하고, 영화 <기생충> 이야기를 해보자.

<알라딘>과 <라이온 킹>을 보는 내내, <기생충>이 떠올라 영화들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불쾌는 고사하고 불편함이라곤 아예 없는 그 영화들이 흥미로웠고, 멋진 OST에 흥이 절로 나기도 했으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작금의 한국 대중 관객들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하는 위안도 아니요, 영화 일반의 오락적 재미도 아닌, 그 이상의 그 무엇이어서였다. 페이소스 머금은 정서적 감흥이라든지, 크고 작은 통찰과 파격, 도발을 곁들인 지적 자극 같은 것들···.

<알라딘>과 <라이온 킹>에 그런 요소들이 아예 부재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을 바라보고 구현하는 영화의 어떤 시선들은 제법 신선하며 뭉클하기까지 하다. <알라딘>의 캐스팅부터가 그렇다. 주인공 알라딘 역 메나 마수드는 이집트 카이로 출신의, 미지의 신예다. 공주 자스민 역 나오미 스콧은 싱어송 라이터이자 배우지만, 소위 톱스타는 아니다. 더욱이 영국 출신이라고는 하나, 전형적 백인종과는 거리가 있다. 혼혈의 느낌이 물씬 풍겨, 알라딘과의 조합이 제격이다.

윌 스미스는 미국이 자랑하는 톱스타이나, ‘비주류 인종’(?)인 흑인이다. 감독 가이 리치도 미국 아닌 영국 출신이다. 이렇듯 영화 세계에서의 적잖은 비주류성 내지 변방성이 <알라딘>의 텍스트적 질감을 풍성하게 해준다. 월트 디즈니가 미국식 자본주의 문화의 첨병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아이러니의 맛도 작진 않다.

자스민 캐릭터의 입체성‧성숙미는 특히 압권이다. 그 성격화(Characterization)는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겨울왕국>(2013)의 여전사 자매 엘사와 안나를 무색하게 할 법도 하다. 자스민이야말로 <알라딘>의 제1 주인공이다. 그녀는 알라딘이니 마술사 지니와는 달리, 부재의 공간과 시간에도 존재하는 듯한, 채움의 아우라를 영화에 입힌다. 그 점에서 나오미 스콧은 자스민의 현현이다. OST의 다채로움도 주로 ‘렛 잇 고’ 한곡에 의지했던 <겨울왕국>을 압도한다. ‘아라비안 나이트’부터 ‘스피치리스’, ‘완전히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 등 영화상 주제가상을 노릴 곡들이 한둘이 아니다.

<셜록 홈즈>(2009) 이전에 이미 출세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나 <스내치>(2000) 등으로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연출 솜씨를 입증한 감독의 극적 완급 조절 등 연출력도 수준급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 포스터

하지만 <기생충>의 통렬함 같은 덕목을 찾기 힘들다. 영화의 거의 모든 층위가 한 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플롯의 도식성이 하도 통속적이어서, 식상한 감마저 든다. 이런 아쉬움은 <라이온 킹>에도 고스란히 해당된다. 우리네 관객이 완성도 높은 컴퓨터 그래픽의 성찬을 감상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사실감 외에도 원작 애니와는 또 다른 그 무엇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도입부에서 울려나오는 그 유명 주제곡 ‘써클 오브 라이프’만으로도 영화는 즐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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