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공용어’ 레고로 세상과 만난 네이선 사와야의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사진 (주)GKMS 제공] 네이선 사와야의 레고 조각상을 전시하는 ‘디 아트 오브 더 브릭’(The Art of the Brick)이 2018년 2월 4일까지 서울 아라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의 주인공 사와야는 레고 브릭만으로 보는 이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창작품을 만들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왔다. 그의 레고 전시회는 뉴욕, 런던, 모스크바, 타이페이 등 전세계 100여개 도시의 관객들과 만났으며, 서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이와 어른을 ‘레고가 선사하는 예술의 경지’로 초대하는 이 전시회는 CNN에 의해 ‘꼭 봐야 할 전시회’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1973년생 사와야는 어려서부터 레고 브릭으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대학생 시절, 심지어 변호사가 된 후에도 그의 동료들이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 그는 레고로 조각을 만들곤 했다. 사와야는 그가 운영하던 온라인 웹사이트에 레고로 만든 작품들을 올리곤 했는데, 어느 날 사이트가 방문객들로 폭주하자 전업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커리어 초기 진흙과 캔디로 작품을 만들던 그는 이내 자신을 예술가의 길로 이끈 레고로 돌아왔다. 왜냐고? 레고는 만국공용어니까.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든, 나이가 몇살이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레고라곤 전혀 들어보지도 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 사람들과 만난 적이 있다. 이들에게 레고 몇 조각을 건네자 이내 익숙해져 갖고 놀더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말 한마디 못했는데 다행히 내 손엔 레고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이 ‘만국공용어’로 중국인들과 대화가 필요 없는 교감을 나눴다. 레고로 세상을 만난 셈이다.”
변호사 출신의 이 아티스트는 레고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최초의 인물이 되고 말았다.
“아티스트일 때 최악의 날이 변호사일 때 최고의 날보다도 행복했다”
이 전시회에서 레고 조각상을 접한 이들은 다른 전시회에서 보통의 석고상을 접했을 때보다 더 강한 심리적 감흥을 느낀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을 레고이기에 더욱 그렇다.
‘디 아트 오브 더 브릭’의 ‘공룡 뼈대’(Dinosaur Skeleton)는 규모로 보나 그가 들인 정성으로 보나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품 중 하나다. 첫 전시회를 찾아준 어린이 관객들에 보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작품엔 8만
개 이상의 레고 브릭이 동원됐으며, 그 역시도 조각상을 완성하기 위해 한 여름을 온전히 보냈다고 한다.
이 전시회엔 빼놓을 수 없는 섹션이 있다. 인류 역사의 클래식들을 레고로 재해석한 ‘패스트 마스터스’(Past Masters) 섹션이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보티첼리의 ‘비너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인류예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걸작들은 레고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섹션엔 작가의 예술가적인 의도도 숨겨 있다. 그가 레고를 매개로 세상을 알아갔듯이, 작가는 어린이들이 레고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매개로 예술을 알아가길 바란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그 누구보다 행복함을 느끼고 있는 네이선 사와야. 그가 예술가로서 행복을 얻는 과정이 과연 순탄하기만 했을까? 세계적인 작가 닐 도널드의 한 문장이 떠오른다.
“편안함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당신의 삶은 시작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사람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 꿈이 레고 브릭에 담겨 있든, 아니면 다른 그 무엇에 담겨 있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