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점심을 책임지는 다바왈라를 소개합니다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노미 기자] 어느 평범한 날의 점심시간, 뭄바이는 20만명 분의 점심식사를 나르는 다바왈라의 5천여 배달부들로 붐빈다. 1890년 창립된 다바왈라는 고객의 점심을 가정에서 받아와 사무실까지 배달해주는 인도 고유의 배달시스템이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 한 달에 약 7~9달러만 지불하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배달 과정에서의 사고가 나거나 지연 되는 일이 거의 없어 고객의 신뢰도와 만족도도 높다.
하얀 모자를 쓴 배달부들은 점심식사가 담겨 있는 다바(철제 원형 통)를 고객의 집에서 받아 기차역으로 향한다. 배달부는 목적지 인근의 역에 다다르면 도시락을 다른 직원에게 전달하고, 바통을 이어받은 직원은 이를 고객의 사무실로 배달한다. 물론 도시락통은 식사 이후 고객의 집으로 반환된다. 다바는 고객의 집을 나타내는 숫자, 사무실의 위치를 나타내는 캐릭터, 기차역을 나타내는 색 등으로 표기된다. 다바왈라 직원 대다수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간단한 표기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약 200개의 소그룹으로 구성된 다바왈라는 그룹당 약 25명이 소속돼 있다. 다바왈라의 구성원들은 개인이 직접 고객과 협상하고 배달물을 다루기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다바왈라에선 고객을 뺏으려는 직원 간의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합리적인 가격을 차치하더라도 인도 사람들이 다바왈라를 애용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인도에선 긴 통근 시간 때문에 직장인들이 매우 이른 시간 집을 나서는 경우가 흔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점심까지 준비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설령 음식을 만들어간다 하더라도 점심 때 쯤이면 이미 식어버린 후다. 또한 인도는 외식하는 비용이 비싼 편이며 음식의 질도 그리 좋지 않다. 다양한 식성이 공존하는 인도의 특성도 많은 사람들이 다바왈라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채식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 양파와 마늘, 감자 등을 먹지 않는 자이나교도들에겐 외식보다 집밥이 더 편하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다바왈라가 8,000만 건 이상을 배달하는 동안 배달 사고는 불과 300~400건에 그쳤다고 한다. 종사자 대부분이 문맹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페덱스 등 유수의 운송업체들도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정도다.
이는 조직 구성원들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구성원 대다수는 인도 서부의 푸네 지역 출신이기에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비탈신을 숭배하는 힌두교 분파 바카리에 소속돼 있다. 우리는 고기는 물론 술도 입에 대지 않는다. 우리 분파의 가장 주요한 신앙활동은 사람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전하는 일이다”라고 한 직원은 말한다. 다양한 종교와 방언이 숨쉬고 있는 뭄바이에서 다바왈라 구성원들은 동일한 언어, 식습관, 종교, 그리고 문화를 공유한다. 신규 직원들도 기존 직원들의 친척 또는 친구이기에 이들은 집단의 유대감을 공고히 다지며 협력한다.
파완 아그라왈 박사는 테드의 강연에서 다바왈라의 또다른 성공 요인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탄생한 영웅들”이라 설명했다. 다바왈라의 직원 다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맹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 열심히, 그리고 겸손히 일한다. 구성원들은 그들을 인정해주는 직장 다바와라에서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다바왈라에도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얄궂게도 여성인권 신장이 그 중 하나다. 인도는 보통 각 가정의 여성들이 식사를 책임지지만, 최근 들어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점심도시락을 만드는 가정이 줄어들고 있다. 음식을 포장해먹거나 식당에서 사먹는 중산층과 세계화의 여파로 피자나 햄버거를 사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다바왈라 시스템의 효율성과 필요성을 인정한다.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해 주는 곳은 지구상에서도 손꼽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