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차드 탈러의 ‘넛지’와 인도 모디 총리의 ‘넛지’

[아시아엔=프라모드 마터 인도 CEO]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차드 탈러가 2017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탈러 박사의 행동경제학과 ‘넛지 이론’은 전세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혹은 경제와 친숙하지 못한 이들에게 행동경제학(Behavioural Economics)과 넛지 이론(Nudge Theory)은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다.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 <인베스토피디아>(Investopedia)는 행동 경제학에 대해 개인과 기관이 경제적 의사결정을 만드는 과정을 풀이하는 심리학이라 설명한다. <넛지>(2008)의 두 저자 리차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특정한 선택을 금지하거나 특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예측 가능한 행동을 바꾸는 이론이다. 대신 개입은 쉽고 가벼워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강요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일을 눈 높이에 진열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넛지이지, 패스트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통계수치, 그래프, 차트 등 전통적인 도구들을 활용해 연구해온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에게도 탈러의 이론은 그리 와 닿지 않는 듯 하다.

독립한지 70여년이 흐른 인도. 이 나라 금융기관의 요직은 ‘보수적인 경제학자들’ 차지였다. 이들이 인도 경제를 이끄는 동안 빈부 격차는 커져만 갔다. 그 누구도 농업과 제조업 등 산업 각 분야가 발전했고, 1인당 소득이 올랐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됐고, 빈곤층은 더욱 가난해졌을 뿐이다. 이때 한가지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보수파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내세웠던 정책들은 결국 부유층을 위한 것이었나?”

10월 초, 인도의 전임 총리를 지낸 만모한 싱은 “인도의 경제개혁은 ‘여전히 미완성’이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시마 리오 전 총리 정권 동안 재정부 장관(1991~1996)을 역임했고,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총리직도 지냈다. 그는 ‘경제 자유화’를 주창하며 “사회, 경제적 특권 없이 태어난 사람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보통의 인도인들은 만모한 싱하면 정실자본주의, 지하경제 및 금융권 부정부패 등을 떠올린다. 실제로 그의 정당이 2014년 선거에서 패했을 당시의 인도 경제는 손도 대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전임 총리로부터 난장판이 된 경제를 물려받은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는 부패의 온상이 된 고액권 유통 중지를 골자로 하는 화폐개혁을 선언하면서 지하경제 또한 근절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모디 총리가 화폐개혁을 선언 했을 때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일어선 이는 만모한 싱이었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고액권 유통 중지를 ‘합법적인 약탈’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인도를 비롯한 전세계의 보수적인 경제학자들도 ‘합법적 약탈’에 대해 거침 없는 논평들을 쏟아냈다.

모디 총리가 리차드 탈러 박사의 ‘넛지 이론’의 열렬한 지지자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그는 알게 모르게 이 이론을 정책에 반영해 성과를 거둬왔다. 2016년 8월 현지 매체들은 “2015년 3월 이후 모디 정부가 제시한 ‘넛지’에 호응해 1,400만명이 자발적으로 가스 보조금 수령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금액 중 일부는 5천만 빈민층에 LPG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에 쓰였다. 모디 정부는 부유층이 보조금을 받지 않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행동을 강요하거나 특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았다. 단지 각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감사편지를 보냈을 뿐이다.

고액권 유통 중지와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부가세 부여는 특정한 행동을 강요하기에 ‘넛지’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인도는 앞서 언급한 가스 보조금 사례를 통해 쉬우면서도 가벼운 제스쳐로 개인의 의사결정을 유도했다. 인도는 모디 정부가 들어서면서 ‘넛지’는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는 반면, ‘정실자본주의’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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