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_나의_집’ 토드 셀비가 그리는 타인의 공간과 취향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사진작가이자 예술가 토드 셀비(Todd Selby)의 첫 개인전시회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이 10월 29일까지 서울 경복궁역 대림 미술관에서 열린다.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토드 셀비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사람들의 사적인 공간과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포스팅 하면서 유명해졌다. 2008년 사이트를 연 이후 토드 셀비는 3권의 책과 단편 영화들을 제작했고, 펜디, 루이비통, 나이키, 이케아, 이베이, 에이비엔비, 하이네켄, 헤네시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들과도 협업해 왔다.
평소 호기심이 유달랐던 작가는 개인의 고유한 개성이 담긴 공간들에 흥미를 느꼈고, 이를 온전히 그려낼 수 있는 프로젝트 ‘셀비’(The Selby)를 시작했다. 셀비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 또는 작업공간이 그만의 유니크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고 믿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러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낸 전시회가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이다.
미니멀리즘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작가처럼, 이 전시회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설치미술 등 여러 형태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전시회 1층은 작가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는데, 디자이너와 뮤지션 등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의 공간을 담은 ‘셀비 인 유어 플레이스’(The Selby in your place), 작가 개인의 패션에 대한 흥미를 반영한 ‘패셔너블 셀비 ‘(Fashionable Selby), 마찬가지로 작가의 음식에 대한 흥미를 반영한 ‘이더블 셀비’(Edible Selby)가 관객을 맞이한다. ‘셀비 인 유어 플레이스’에서 관객은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유명인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관객은 올리비에 자함 프랑스 퍼플패션 매거진 에디터가 프랑스의 유명작가이자 연인을 집필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팬이고, 지금의 샤넬을 만든 칼 라거펠트가 독서광이며, 힙스터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진작가 레츠 우드가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랑한다는 사실들을 공유한다. 이 작품들 속에서 작가 셀비는 단 한 음절 없이 오직 사진만으로 이들의 삶을 그려낸다.
전시장 2층으로 오르는 계단. 화려한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곳에서 관객은 고양이, 볼링, 여행, 그리고 피자와 피클을 좋아하는 작가 개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앞서 다른 이의 공간을 보여준 작가는 이 장에서 ‘토드 셀비가 어떤 사람인지’를 관객과 공유한다. 전시장에는 작가 개인의 방도 마련돼 있다. 화려한 패턴과 옷으로 가득해 일견 지저분해 보이는 방이지만, 이 공간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삶까지를 비춘다. 이 곳에서도 작가는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설치물 등 여러 매개체를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한다.
전시장 마지막 층. 열대동식물 사이에 둘러 쌓인 관객들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정글과 마주한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움직이는 얼룩말, 플라밍고, 원숭이 등의 설치물도 관객을 반긴다. 토드 셀비는 어린 시절 경험 가족과 휴가를 갔던 추억을 모티브로 이 공간을 설계했다고 한다. 애초 그의 가족은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넬슨 록펠러 미국 전 부통령의 아들인 마이클 록펠러를 잡아먹은 것으로 알려진 식인종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파푸아 뉴기니로 행선지를 옮겼다. 식인종을 찾아 열대정글을 돌아다닌 작가는 이 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방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하곤 했다고 한다.
“당신의 물건은 당신을 정의하는가?”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다방면에서 재능을 드러낸 작가는 타고난 호기심으로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개인의 특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작가가 “당신의 집을 촬영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면? 내 공간을 찍는다면 어떨까? 매번 감명받아 샀지만 절대 벽면에 붙이지 않았던 수많은 포스터들, 침대 머리말의 책 더미들, 거실에서 뒹굴고 있는 고양이 장난감들… 그는 나를 지저분한 사람이라 정의 내릴지 모른다.
토드 셀비가 당신의 집을 촬영하고 싶다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가 담아낼 당신의 공간은 어떠한 곳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