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의 불편한 진실 “인류는 언제까지 ‘고기’를 즐길 수 있을까?”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노미 기자]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미자에겐 ‘옥자’라는 육중한 덩치를 가진 반려동물이 있다. 미자는 옥자를 소유물이 아닌 친구처럼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극비리에 수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옥자를 미국으로 데려가고, 미자는 친구를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한 최초의 한국영화로 화제가 된 <옥자>는 2017년 칸 영화제 경쟁작에 출품되며 작품성 또한 인정 받았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의 지나칠 정도로 현실주의적인 영상 정도까진 아니지만, <옥자>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고기’가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도축장을 방문한 봉준호 감독은 두 달간 고기는 입에도 대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가축들은 끔찍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육류 소비가 유달리 많은 한국인들의 수요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동물의 권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보통의 한국인은 돼지고기 24.3kg, 닭고기 15.4kg, 소고기 11.6kg 등 총 51.3kg의 육류를 섭취한다. 일본인들이 돼지 14.9kg, 닭 13.6kg, 소 7kg, 그리고 중국인들이 돼지 32kg, 닭 11.4kg, 소 3.7kg를 섭취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아시아의 경우 자이나교, 힌두교, 불교 등 살생을 금하는 교리를 가진 종교들로 인해 타 대륙에 비해 채식주의자가 많은 편이었다. 게다가 아시아엔 돼지고기 섭취를 금하는 이슬람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제약들은 아랑곳 않고, 대륙의 경제 발전 속도에 발맞춰 육류 소비 역시 늘어만 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인류는 언제까지 ‘고기’를 즐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2006년 UN이 발표한 보고서 <가축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에 따르면 가축 사육은 지구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 요인이다. 이 보고서는 “가축 사육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 배출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며, 수자원도 황폐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구 증가 및 육류 선호도 증가로 인해 전세계 육류 소비는 2000년에서 2050년 반세기 동안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환경생태계 역시 늘어나는 육류 소비만큼 망가질 것은 자명하다.

1kg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5,000~20,000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류의 또다른 주식인 밀을 1kg 생산하는 데는 500~4,000L의 물이면 충분하다. 가축 사육이 수자원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지난 40년간 소 목장 등 가축 사육에 필요한 땅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많은 숲들이 사라져 갔다. 초원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목장에서 가축들을 먹이기 위해 한 종류의 잔디만 심는 까닭에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옥스포드대학 마틴스쿨 연구진은 많은 인류가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으로 전환하면 유해가스 배출량을 3분의2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 근거들을 종합해보면, 가축 사육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 주제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은 돼지, 소, 그리고 닭을 동물로 여기지 않고, 단지 먹기 위한 고기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도시민들은 이른바 ‘고기’들이 사육되는 광경을 볼 기회조차 없어 더욱 그럴지 모른다. 때문에 인류가 인지하는 인간-자연-동물의 관계는 무언가 어긋나 있다. 동물도 살아 숨쉬는 존재다.

이것이 영화 <옥자> 속의 숨겨진 메시지다. 감독 역시 이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도 전하고자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들을 배제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젊은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동물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들은 교육을 통해 보다 바람직하게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토론 등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 육식 습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옥자>는 이 주제를 이끌어줄 ‘바이블’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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