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인생 차민수 22] 백두산서 치른 ‘기성전’···공안 윽박질러 대국 사진 ‘대서특필’

 

조훈현 9단(오른쪽)과 유창혁 6단이 백두산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뒤에 천지가 보인다.

 

[아시아엔=차민수 드라마 ‘올인’ 실제주인공, 강원관광대 명예교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1990년 세계일보가 주최하는 기성전 1국이 백두산에서 열렸다. 조훈현 9단에게 기세를 타고 있던 당시 유창혁 6단이 도전하였다.

그 해는 북경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이기도 했다. 대학시절부터 오랜 친구인 박치문 해설위원과 유건재 사범, 세계일보 관계자가 동행하였다.

기념사진을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조 9단과 유 6단의 대국모습을 담은 백두산을 배경으로 찍으려는데 중국공안이 저지하였다. 사진을 찍지 못한 일행은 다음날 새벽 5시경을 기해 공안이 없는 틈을 타 사진을 다시 찍기로 하였다.

그런데 백두산 정상에 도착해 보니 그 이른 새벽에 공안이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움직임을 누군가 보고하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우리의 ‘작전’은 일행의 일부가 천지 쪽으로 내려가서 공안을 유인하고 그 사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공안을 유인하는 동시에 한복 입은 두 대국자가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급히 찍었다. 이때 택시기사가 공안에게 무전으로 연락을 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공안이 화가 나서 사진기에 있는 필름을 모두 빼내어 가며 여권을 압수하겠다고 했다.

사진기자가 그 전에 얼른 나에게 필름 한통을 건네며 서울까지 안전하게 가져가 달라고 한다. 운전기사가 빨간 잠바를 입은 사람이 필름을 가지고 있다고 또 다시 무전을 하였다.

공안이 내 몸을 수색하려고 하는 순간 나는 호통을 치며 내 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한다면 당장 북경에 있는 나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목을 당장 날려버리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통역에게 토씨 하나 바꾸지 말고 그대로 통역할 것을 주문하였다. 통역의 말을 들은 공안은 갑자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분을 못 참는 것 같았다.

통역이 “이 분은 미국사람이라 함부로 대하면 안 되고 북경에 어마어마한 친구들이 있다”고 말하니 화가 나 뒤도 안보고 가버린다.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공안과 이에 항의하는 한국대표단

이렇게 수난을 겪은 백두산대국 장면은 신문지면과 바둑지의 표지를 장식하게 된다.

우리는 백두산을 뒤로하고 연길로 향하였다.

다음날 연길에서 대국이 시작되었는데 갑자기 공안 두 사람이 대국장에 또 들이닥쳤다.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대국을 중지하란다.

우리는 어떻게 할지 의논하고 있는데 갑자기 공안 한사람이 “동무들 이것은 의논사항이 아니고 지시사항 입네다” 하고 북한말로 한다.

두 사람의 공안 중 한사람은 항상 조선족 이었는데 우리는 몰랐다. 몇 수 두지도 못하고 바둑이 그렇게 끝났다. 무효처리를 한 이 기보는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기록으로 남아있다.

북경에 도착하니 왕여남 부원장과 화이강 등 중국기원 관계자가 마중 나와 있었다. 연길의 대국중단 사건을 이야기하니 미안하게 되었다고 사과를 한다.

“변방의 촌놈들이 무식하고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다시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중국기원에 도착해 진조덕 원장께 예정대로 2국을 북경의 중국에서 마쳐야 된다고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한다.

중국기원은 새 건물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아직 완공은 되지 않아 대국실에서 한번도 대국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중국기사가 개시도 하기 전에 우리가 최초로 남의 안방을 사용한 셈이 되었다.

다음날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태극기를 들고 가서 한국선수단 입장을 응원하였다. 중국인들은 처음 보는 태극기를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당시 한국과 중국은 수교가 되어있지 않아 임시 비자로 중국을 방문하였다.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 차민수 교수. 27년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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