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인생 차민수19] ‘바둑 외교’···조훈현-섭위평 韓中 대국 성사시켜

조훈현-섭위평 한중 바둑을 성사시키는데 협조를 아끼지 않은 진조덕 중국기원 원장(왼쪽)과 필자

[아시아엔=차민수 드라마 ‘올인’ 실제 주인공, 강원관광대 명예교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내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80년, 한국기원의 특사자격이었다. 한국은 중국과 직접로 교류를 하고 싶어 하였으나, 중국은 한국과는 적대관계로 정부 허가 없이는 한국과의 공식시합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기원은 일본기원에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중국을 직접 방문할 기회가 있어 서정각 이사장의 명을 받아 한국기원 특사자격으로 중국기원을 방문하여 진조덕 중국기원 원장을 만났다.

그는 “5개국 이상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만 한국선수와 대국할 수는 있으나 단독으로 한국과의 대국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답을 했다. 이를 인연으로 ‘중국기원 5인방’ 지도자들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후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훈현 9단과 섭위평 9단의 친선대국을 주선하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아 지연되고 있었다. 섭 9단은 호요방 주석과 일주일에 두번 정도 만나 브리지게임을 하는 사이였다.

최고 권력자인 호 주석을 매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권세다. 그래서 당시 장관들조차도 섭위평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섭위평이 호요방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미국에서 차민수라는 사람이 초청을 하여 조훈현과 친선바둑을 주선해 미국에 가고 싶은데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내가 안 들은 걸로 할 테니 다녀오시게.”

이후 모두에 의해 ‘불가능’하다던 일이 정반대로 ‘가능’ 입장으로 바뀌었다.

어렵게 성사된 친선대국 전날 미국에서의 전야제에는 한국대사도 참석하여 중국대사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한국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이 중국신문의 호외로 전해졌다.

중국 잠수함이 한국으로 망명을 요청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한국과의 모든 교류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잠시 불편한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섭 9단이 “내가 책임지겠으니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자”고 했다.

약속이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단장이란 명칭을 달고 ‘윤춘문’이라는 눈매도 날카로운 중국 정보국 요원이 동행하고 있었다. 섭위평의 이 한마디에 단장도 대사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LA에서 치러진 1국은 조훈현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치러진 2국은 섭위평이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이렇게 어렵게 처음으로 韓中간의 친선대국을 성사시키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중국통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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