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천하통일 30] 통일 진나라 사상적 기반 된 ‘법가의 스승’ 순자

순자 <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엔=강철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君子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 엎기도 한다.”

임금이란 존재는 물위에 뜬 조각배와 같아서 백성 알기를 정말 무서워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살 길이다(<순자> 왕제편)

순자는 그 이름이 순황(荀況)이다. 그는 조나라에서 기원전 300년경 태어났으며 기원전 230년경 사망했다. <순자>는 그의 경세에 관한 책인데 대략 기원전 230년경 만들어졌으며, 난세에 뛰어든 순자가 천하통일의 사상적 준거를 제시한 책이다. 그 역시 여불위의 식객이 되었을 정도로 세상사에 관심이 많았다.

순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 사상가들)에 속하면서 유가의 사상적 기반을 가지고 출발했다. <순자>의 그 글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저술했는데, 이것이 공자나 기타 다른 제자백가들과 다른 점이다. 공자나 맹자의 경우 자신의 글보다는 제자들과의 문답이나 강론을 정리한 것으로, 순자와 달랐다. 순자의 학문 넓이와 깊이는 동시대의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유가와 법가의 중심에 서면서 두 사상을 한 데 엮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았는데, 세상과 부딪치면서 점차 법가적 사고방식으로 기울었다. 따라서 그는 공맹을 수정하고, 특히 맹자와는 결정적으로 정반대의 입장에 섰다.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두 사상가인 순자와 맹자의 다른 점은 이렇다. 같은 유가지만 순자는 세밀한 논증과 냉철한 문체로 학문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맹자는 이를 위한 별도의 편을 두지 않고 <맹자> 여기저기에서 감성적이며 직설적인 일갈, 비유 등을 통해 격언처럼 학문과 교육을 언급했다.

즉 <맹자>는 애초부터 어록집의 성격이며, <순자>는 논문집 성격이다. 사실 이는 두 영웅의 성향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기도 하다. 또한 순자의 시선은 대단히 현실주의적이며 현대적이다. 두 사상가가 인간과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당연히 달랐다.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이 대표적인 대척점이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 악함은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좋은 교육을 받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그 본성을 선(善)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의 본성은 악하나 인위(人爲)에 의해 선해진다는 것. 인간의 선함은 후천적이며 인위적인 교육의 결과라고 순자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기적이다. 그런 본성이 있기 때문에 남을 해하고, 다투며, 질서나 도덕을 해친다. 그러므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인의예지에 따른 교화가 필요하다. 인간은 본성을 억압하는 노력을 교육을 통해 해야 한다. 그래야 질서와 도덕을 되찾아 세상이 편안해진다. 맹자의 성선설에 대립하는 내용이다.

굽은 나무는 불에 대거나 증기로 쪄서 똑바로 펴야 반듯해지고, 이 빠진 칼은 숫돌에 갈아야 날카로워진다. 인간도 그와 같다. 사람의 본성이란 대개 비슷한 것인데, 성인이 만들어 낸 예(禮)와 의(義)를 배워서 교화될 수 있다. 성인이 보통사람보다 뛰어난 것은 인위에 의한 것이다. 원래 성인도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는데, 성인이 보통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그것이다.

순자의 제자 가운데 당대 최고의 법가사상가이자 정치가가 두명 있는데, 그들이 바로 위대한 법가사상가 한비자(韓非子, BC 280경~233)와 법가정치가 이사(李斯, BC 280경~208)다. 이들은 천하를 피로 물들이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만들어 정통 유교사상가들의 증오심을 샀다. 두 사람의 행동들로 인해 그들의 스승인 순자에 대한 평가에도 악영향을 주었으며, 순자의 훌륭한 글도 이상하게 왜곡되어 그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유가들의 도덕적 거부감을 샀다. 사실 법가사상가들의 운명이 대체로 그러하였다.

그가 주장하는 철학은 유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천명을 언급하며 애매한 논리를 펴는 것을 배척했다. 그는 확실하게 인간을 주체로 하는 사상을 주장했으며, 우리의 인식은 분명한 감각기관과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유물론적 사고방식을 주장했다. 이는 정통 유교적 보수주의자들과 기존의 귀족들이 아닌 새로이 등장하던 신흥 지주 중간계급을 위한 사상적 배경을 구축했다.

결국 순자의 사상과 논리는 신흥 진나라의 천하통일 사업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훗날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모택동의 노동자혁명을 거친 현대의 중국에서 그런 순자의 역사적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천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 순자는 법가의 대표적인 사상가, 뛰어난 유물론자로 평가받고 있다.

순자는 말한다.

“얼음은 물이 얼어 생겨나지만, 물보다 더 차다. 먹줄처럼 곧은 나무라도 열을 가해 구부리면 차바퀴로도 쓸 수 있다. 그렇게 일단 굳어 버리면 원래의 곧은 나무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무는 먹줄을 대지 않으면 똑바로 자를 수 없고, 금속은 숫돌로 갈아야 날카로워진다. 그처럼 군자도 매일 반성하고 학문에 정진하지 않으면, 지혜를 잃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만다.”

세상의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도 아이 울음소리는 똑같다. 그러나 그들은 전부 다르게 자라난다. 교육이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쑥도 삼밭에서 나면 곧게 자라난다. 성인이라고 해서 나면서부터 특별하지는 않다. 사물을 잘 이용할 따름이다.

굴뚝새는 깃털로 둥지를 틀고, 머리터럭으로 집을 짜서 갈대 이삭 끝에 매단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와 이삭이 꺾이면 알이 깨지고 새끼가 죽는다. 이것은 새집이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새집을 묶어 둔 갈대 이삭이 약하기 때문이다.

중국 서쪽 지방에 야간(射干, 순자 ‘권학편’에 나오는 나무로 읽을 때 ‘사간’이 아니라 ‘야간’이라고 발음)이라는 나무가 있다. 줄기는 네 치밖에 안 되지만, 높은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본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받쳐 주지 않아도 곧게 서고, 하얀 모래라도 흙이 섞이면 검게 보인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땅을 가려 살 곳을 정하고, 훌륭한 사람을 가려 사귀며, 사악한 것을 멀리 하고 올바른 것에 다가서야 한다. 보이지 않는 노력을 쌓지 않으면 큰 뜻을 이룰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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