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 28] 여불위의 ‘킹 메이킹’ 전법

춘추전국시대

[아시아엔=강철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조나라 수도 한단에서 진나라 수도 함양은 장장 2000리 길. 그러나 아무리 갈 길이 멀다 해도 북방의 조나라에는 없는 남쪽의 형양과 주나라의 수도 낙양만은 꼭 들러야 한다.

형양은 교통의 요지로서 전국시대의 모든 정보가 한데 모이는 곳. 전쟁·폭동·정변 등 모든 사건사고가 이곳에 알려지기 때문에, 이곳은 꼭 들러서 며칠간이라도 묵어야 한다.

또한 주의 천년 수도 낙양은 정통귀족과 묵은 부자들이 살고 있는 곳. 또한 귀한 보물과 서적들이 즐비하고, 왕실도서관에는 진귀한 고전들로 꽉 차있다. 그야말로 너무도 훌륭한 보물들로 가득한 곳이다. 여불위는 이곳도 꼭 들른다. 그는 자신을 관리하는 일에는 돈을 얼마든지 쓴다. 언젠가는 이곳 낙양을 자기 것으로 취하리라 마음먹는다. 장사꾼의 콤플렉스를 달래기는 이곳 만한 곳이 없다.

여불위 일행이 갖은 보화와 서책들을 사가지고 함곡관을 거쳐 함양에 도달한 것은 두어 달 지나서였다. 자신이 사들인 엄청난 금은보화와 서책들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할 대상은 당연 태자 안국군과 그의 부인 화양부인. 안국군은 그의 형 도태자가 연전에 위나라에서 죽자, 2년여에 걸친 형제들 간의 암투를 종식시키고 태자의 자리에 오른 실력자였다.

안국군의 비인 화양부인은 천하일색의 빼어난 미인이다. 태자 안국군은 부인을 극진히 사랑하여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나이는 들고 허전하기만 한 상황이었다.

여불위는 이에 착안해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당연히 영이인을 태자 안국군의 세자로 들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자비의 언니에게 먼저 접근키로 했다. 선물로는 몰락한 주나라 왕실 귀족에게 구입한 각종 보물을 활용하여 태자비와 그 언니 그리고 주변 인물들에게 마구 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여불위는 언젠가 자신이 존경하는 부친과 나눴던 천하대세에 관한 대화를 늘 생각한다. 부친은 연배가 비슷하며 천하의 학자인 맹자를 존경하여 그에게 늘 많은 돈을 희사해왔다. 그는 자청하여 맹자의 가장 중요한 스폰서 노릇을 해왔다. 부친은 맹자에게 천하대세를 한 수 배웠다. 맹자는 부친에게 “머지않아 천하는 분명 통일될 것이다. 그것은 상인들에게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여불위가 물었다. “그러면 어느 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것 같습니까?”

세상이 통일된다는 데는 부친과 맹자의 의견과 같았으나, 누가 통일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불위는 생각이 달랐다. 맹자는 살인을 하지 않는 군왕. 어진 군왕이 세상을 통일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여불위는 어질기보다는 유능한 군왕이 천하를 통일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어진 자와 유능한 자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지금 천하의 대세는 세 나라였다.

전통의 강국 초나라와 제나라, 그리고 신흥강국 진나라가 그것이었다. 제나라와 초나라는 어질기는 하나 무능하고, 진나라는 거칠기는 하나 유능하였다. 그는 당연히 진나라 편이었다.

여불위가 천하를 주유하며 장사길에 나서며 관찰한 바로는, 저마다 잘 나고 저들이 천하통일 한다고 떠들고 있지만 자신은 언제나 굳게 믿고 있었다. 결국 세상을 통일하는 것은 진나라일 것이라고.

이에 부친이 물었다.

“왜 하필 진나라냐?” “백성들은 소박하고, 관리들은 겸손하고, 고관들도 다른 나라처럼 당파싸움 하지 않고 무엇보다 정부가 부정부패 안하고 청렴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임금에게 올리는 결재서류는 보통 몇 달씩 걸릴 것도, 진에서는 단 며칠 만에 결재가 됩니다. 사회는 안정되어 있고, 법이 살아 있으며 군대는 엄숙합니다. 이런 나라야말로 천하의 주인이 될 겁니다.”

여불위가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간다.

“저는 남들이 무력으로 세상을 얻는 것처럼, 돈으로 이 세상을 얻고자 합니다.” 누구보다 돈의 위력을 아는 아버지다. 그의 부친은 오히려 아들에게 설득되어 점차 여불위의 생각을 지지하게 되었다. 진의 공자 영이인에게 투자하자는 아들의 생각을 지원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여불위의 부친은 아들이 큰 그릇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건은 세심하고 철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었다.

“새 임금을 세우는 것은 최고의 장사다. 보통장사는 실패하면 재산을 잃을 뿐이지만 지금 이 장사는 실패하면 삼족이 멸하게 되는 엄청난 장사다. 그래도 해볼래?”

“꼭 해보고 십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지금 왕이 고령이시고 태자 안국군도 사십 줄이니까, 한 이십년 봅니다.”

(그러나 여불위의 세상이 그렇게 빨리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여불위도 몰랐다)

“좋다. 같이 해보자. 돈은 니 맘대로 써라. 얼마든지 이 애비가 지원하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태후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동안 뿌린 약발이 이제야 통하고 있었다. 이제부터였다. 여불위는 다시 주황실에서 구입한 아껴뒀던 천하의 보물들을 꺼내들었다. 태후의 마음을 한 칼에 녹여야 했다. 보도 듣도 못한 보물을 보면 태후의 마음도 따뜻해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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