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장수시대②] 아픈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인생은 “B to D”, 당신의 선택은?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2017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3.8%로 내년이면 고령사회(노인인구 14%)가 된다.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간 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각종 의학적 증거가 나오고 있다. 90대 노부모와 70대 자녀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매나 뇌졸중 등에 시달리면서 장수하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다. 따라서 건강하게 장수하여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도 사망한 65세 이상 노인 11만2420명을 대상으로 추적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 전 10년 동안 1명의 노인이 요양병원에서 347일 입원, 요양원에서 287일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재원/입소 일수가 3000일 이상인 사람도 1464명에 달했다. 이들은 사망 전 10년 대부분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보낸 셈이다.
이들에게 10년간 들어간 의료비/요양비는 총 3조1644억원이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조5655억원, 노인이 5989억원을 부담했다. 건강보험에서 급여가 지급되는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이 심한 사람 등이 입원대상이지만, 치료가 필요 없는 노인들이 입원하는 사례가 많아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국에 요양병원 1428곳과 요양원 5187곳이 운영 중이다.
70대 이상 노인들은 인생 황혼 길에서 걸리지 말아야 할 질병으로 대개 세 가지를 꼽는다. 즉 중풍이라 부르는 뇌졸중, 노망이라고 부르는 치매, 그리고 각종 암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치매이다. 암과 뇌졸중은 본인이 자각할 수 있는 질병이므로 자기 자신이 고통을 받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치매는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는 행복(?)하지만, 환자 주변 모두를 황폐화시킬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악질로 꼽혀 꼭 피하고 싶은 질병이다.
노부부 중 한 사람이 치매로 고생할 경우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몇년 전에는 88세 남편이 치매에 걸린 부인을 승용차에 태우고 저수지로 돌진하여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이 남긴 유서에는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고 적혀있었다. 고령화로 급진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며, 문제는 앞으로 노부부의 동반자살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우리 주변에 노년기를 건강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면, 필자가 매주 일요일 연세대교회에서 인사드리는 김옥라(金玉羅) 박사(신학, 각당복지재단 초대이사장, 세계감리교여성연합회장 역임)는 금년 99세이지만 꼿꼿한 자세로 걸어 다닌다. 11시 예배 전에 10시부터 시작하는 성경공부에도 참석하고 있다. 또한 평일 아침에는 종로구 신문로 소재 각당복지재단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고, 찬송가를 부른다.
필자의 빙부 이종항 박사(법학, 국민대 명예교수, 총장 역임)는 금년 1월 98세(1919년生)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필자가 지켜본 건강비결은 세끼 식사를 맛있게 먹고, 수면은 8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고, 운동(실내 자전거 타기)도 매일 40분 정도, 그리고 매일 신문을 읽고 취침 전에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우리 가족 8명과 함께 서울시내 ‘맛집’을 찾아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훈훈한 가족 사랑을 나누었다. 감기로 인한 폐렴으로 병원에 약 1주일 정도 입원치료 중에 별세했다.
노년기에 “아픈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라는 것을 명심하고, 평소 건강수칙에 따라 건강관리를 충실히 하여 ‘건강한 장수’를 누리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여야 한다. 인생은 “B to D”라는 말이 있다. 즉 출생(birth, 生)을 의미하는 B와 사망(death, 死)을 의미하는 D가 있으며, B와 D 사이에는 C(choice, 선택)가 있다. 이에 당신의 선택에 따라 노후가 ‘아픈 장수’가 될 수도, ‘건강한 장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