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①] ‘연극계 대모’ 윤소정씨 하늘나라로 앗아가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연극계 대모’로 불리는 배우 윤소정씨가 ‘하늘나라’ 공연을 위해 16일 73세를 일기로 저 세상으로 떠났다. 지난 50여년간 영화, 연극,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윤소정씨의 사인은 패혈증(敗血症).
오늘(20일) 오전 ‘대한민국 연극인장(演劇人葬) 윤소정 先生 永訣式’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엄수됐다. 영결식 후 유족과 연극인들은 고인의 영정을 들고 대학로 곳곳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고인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배우 손숙씨는 “소정이는 무대에서는 멋있고 빛나는 배우였고, 동료들에게는 든든한 동지이자 후배들에게는 따뜻한 선배였다”고 회고했다.
윤소정씨는 최근까지도 무대와 브라운관을 누비며 연기 활동을 펼쳤다. 때로는 수줍은 소녀처럼 노년의 로맨스를 연기한 배우였다. 연극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배우 윤소정은 수많은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한 ‘천생(天生) 배우’였다. 최근 폐렴(肺炎)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던 고인은 갑작스레 발병한 패혈증이 악화되어 끝내 이기지 못했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였던 윤봉춘(尹逢春, 1902-1975)의 딸인 윤소정(尹素貞)의 아명(兒名)은 윤태봉(尹泰鳳)이며, 1944년 7월4일 일제 강점기 경성(京城, 현재 서울)에서 태어났다. 윤소정은 1961년 고등학생 시절 연극으로 데뷔하였으며, 이듬해 1962년 서울중앙방송(현재 KBS) 성우로 데뷔하였다. 1964년에는 영화 <니가 잘나 일색이냐>의 단역으로 영화배우로 데뷔하였으며, 같은 해 1964년 TBC 동양방송 공채 1기 탤런트로 정식 데뷔하였다.
배우 윤소정은 △제16회 동아연극상 △제38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조연상 △서울공연예술제 개인인기상 △제17회 이해랑 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윤소정은 지난 해 <TV조선> ‘궁금한 스타쇼 호박씨’에 출연하여 남편 오현경에게 보낸 영상편지를 통해 “힘들어 하면서도 자꾸만 나이를 잊을 만큼 연극은 항상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것처럼 나를 설레게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남편 오현경(吳鉉京, 1936년生)은 고교(서울고) 시절 연극활동을 시작했으며, 1953년 제1회 전국중고교연극경연대회 참가작품 <사육신>에 출연함으로써 연극계에 데뷔하였다. 1961년 KBS 1기 공채 탤런트이며, 연극, 연화, 드라마 등에서 많은 작품에 출연하였다. 8살 차이인 오현경과 윤소정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났으며, 1968년 결혼한 50년차 부부다. 딸 오지혜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
오현경씨는 1994년 식도암(食道癌)으로 식도를 7cm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고, 7년여 후엔 위암(胃癌)으로 위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윤소정씨는 크고 작은 수술만 7번을 하며 고생하는 남편을 촬영장과 병원을 오가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슬하에는 아들과 딸 남매가 있다.
배우 윤소정을 죽음으로 몰아간 패혈증(敗血症, sepsis)의 사전적 정의는 ‘피가 썩는다’는 것이지만, 우리 몸에 침입한 세균에 혈액이 감염됨으로써 나타나는 전신성 염증반응 증후군으로 빠른 시간 내에 쇼크 상태에 빠져 사망할 수 있다. 원인 병소로는 폐질환, 뇌수막염, 욕창, 피부 화농증, 신우염, 담낭염, 골수염 등을 들 수 있다. 원인균(菌)은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폐렴균, 녹농균, 진균 등 매우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