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과 현대의학①] ‘묻지마 살인’ 막을 수 있었다

강남역 10번출구에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을 애도하는 글 <사진=AP/뉴시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지난달 29일 인천에서 8세 초등학생 여아를 살해하여 유기한 17세 여고생, 그리고 작년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범인이 모두 조현병(調絃病)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조현병’이라는 병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전 세계의 조현병 유병률은 약 1%로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이며, 우리나라 조현병 환자는 약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은 정신분열병이 2011년 개명된 병명이다.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등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을 신경전달물질의 조절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정신분열증’은 병명 자체가 풍기는 부정적인 인상과 사이코패스(psychopathy,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았다.

김양은 지난 3월 29일 낮 1시경 인천 동춘동의 한 공원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꾀어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훼손한 시신을 유기했다. 김양은 “꿈인 줄 알았다”라고 말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구속된 김양은 2015년 이후 우울증(憂鬱症)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병이 악화돼 조현병 판정을 받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지난해 자퇴했으며, 이후 학업중단 상태로 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김양이 좀 더 체계적인 관리를 받았다면 이런 참극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청소년이 공교육 밖으로 밀려나서 외톨이가 되지 않게 학교와 병원,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적절한 치료와 보호를 제공하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여야 한다. 우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미성년자 정신과 진료 환자 수는 16만6867명(2015년 기준)이다. 선행학습 등 학원 사교육 스트레스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이 우울증이며, 이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학생은 2만550명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미성년자 우울증 환자의 38%가 학원이 밀집한 5개 구(區)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조현병으로 인한 연 의료비는 약 3030억원(2013년 기준)으로 우울증의 1870억원보다 훨씬 높은 비용부담이다.

2016년 5월 17일 지하철 강남역 인근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범’ 김모씨(34)에게 조현병을 고려한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김씨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부득이 심신미약(心身微弱)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30년형을 선고하고 20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살인 범죄(미수·예비·음모·방조 포함)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9년(10만명당 2.8건) 이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2015년에는 958건의 살인범죄가 발생하여 인구 10만명당 1.9건꼴이다. 958건 중 실제로 피해자가 숨진 사건은 359건이었으며, 범인 검거율은 96.7%(347건)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형법(刑法) 제10조는 심신장애인(心身障碍人)에 대한 형법 총론의 조문이다. 내용은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辨別)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罰)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前項)의 능력이 미약(微弱)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減輕)한다. ③위험(危險)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自意)로 심신장애를 야기(惹起)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規定)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

조현병(schizophrenia, 정신분열병)이란 뇌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며 사고(思考), 지각(知覺), 감정,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질환이다. 즉 망상(妄想), 환청(幻聽),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조현병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지만, 환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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