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만해축전] 손흥기 시인 축시 “이제 만해의?‘님’을 기루지 않겠습니다”
이제 더는 만해의
‘님’을 기루지 아니하겠습니다.
만해의 ‘님과 조국, 불타가’ 아니라
오늘 이 자리를 기꺼이 기루겠습니다.
사랑의 증도가
<님의 침묵>의 시인으로
‘풍난화 매운 향내’ 독립운동가로
일생을 업보(業報)처럼 가난하고 몽매한
중생을 위해 사시다가
심우장 냉골에서 입적하신
만해 한용운,
꿈에 그리던 조국광복을
저만치 두고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신 만해를
오늘 우리 가슴에
다시 살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만해축전’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만나는
박제된 시인, 독립운동가로서가 아니라
대쪽 같은 절조와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우리 모두의 가슴과 머리에 면면히 살아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붓게 한
오늘 이 자리를 기꺼이
기루겠습니다.
아! 어언 20년의 성상,
매년 8월이 되면 내설악의 숲과 나무,
하늘의 별과 계곡의 물소리조차
만해의 ‘님’의 향기와 감동에
몸 떨었으니,
나는 이제 더 이상 만해의
‘님’을 기루지 않겠습니다.
이 땅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여 선생의
올곧은 삶과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그 모오든 것들을 기루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희망과 꿈, 내일을 다짐하는
오늘 이 자리를 떨리는 가슴으로
향불 사뤄 기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