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 27개국 가운데 공용어만 24개···브렉시트의 또다른 이유?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EU의 언어는 가입국 각자의 공용어로 정해져 있다. 2013년 7월 1일 이후 현재 24개에 이른다. 크로아티아어, 핀란드어, 슬로베니아어, 슬로바키아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공용어라 함은 회의에서 통역사가 제공되고 그 언어로 문서도 작성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일상의 의사소통은 영어로 가능하다. 프랑스어나 독어도 할 수 있으면 더 대우받을 것이다. 유럽에는 대여섯 가지 언어는 쉽게 통역을 하는 통역사들이 있어 별 문제는 없다.

스위스에서는 독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 3개 언어가 공식어다. 참고로, 유엔의 공용어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 등 6개다. 독일어와 일본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EU의 행정부라고 할 수 있는 EU Commission에는 2만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작고 능률적인 정부를 지향했던 대처가 알게 된다면 무덤에서 살아나와 포효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정치인들이 치열한 국내정치에서 물러나면 EU에서 한가한 노후를 즐긴다.

EU의 골격은 1993년 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이루어졌고 영국도 이때 가입했다. 그러나 지금 EU의 헌장은 2007년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리스본에 모여 합의하여 2009년 발효된 리스본조약에 뿌리를 두고 있다. EU의 의사결정은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고, 전체 27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되는 ‘2중다수결’ 방식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려면 이 리스본조약에서 탈퇴해야 한다. EU 기(旗)는 1993년 창설 당시 별이 13개였는데 이를 27개로 확장하지 않고 그냥 쓰고 있다.

브렉시트가 EU의 사회경제 정책에 불만을 품은 영국 국민의 항거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EU 관료제에 기가 질린 엘리트들이 EU의 현재 실상에 대한 변경을 노리는 꼼수일 수도 있다. 대처는 프랑스와 독일이 중심이 되어 배타적 경제블록, 나아가 유럽연방으로 끌고 나가는 데 대해 반대했다. 대처는 최소의 규제만으로 시장경제의 활력을 보장하는 유럽 단일시장을 건설하고 보호무역정책을 철폐하며, 유럽의 안보는 NATO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오늘날 영국 지배층의 생각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Willing and active co-operation between sovereign states is the best way to build a successful European Community…Europe will be stronger precisely because it has France as France, Spain as Spain, Britain as Britain, each with its own customs, traditions, and identity.

대처는 유럽 단일통화체제(EMU) 구축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본 외상 제프리 하우(Geoffrey Howe)와 정면으로 충돌하였는데 이것이 대처 정부의 종언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현재 영국은 대처가 주장하던 대로 유로와 함께 독자의 파운드화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드골과 독일의 아데나워가 시작한 6개국의 EEC로부터 오늘날 27개국의 EU로 유럽은 크게 변화되었다. 서유럽과는 도저히 하나의 유럽이라고 하기 어려운 동유럽이 들어왔다. 심지어 중동에서 무슬림이 몰려오고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은 이러한 EU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용어가 24개라면 바벨탑이다. 영어로 세계를 하나로 만든 영국인이 짜증날 만하다. 그렇다고 탈퇴한다. 그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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