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필리핀 기자 눈에 비친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과 ‘땅콩회항’ 사건
* ‘아시아엔’ 해외필진 기고문의 한글요약본과 원문을 함께 게재합니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대한항공 본사 모습
[아시아엔=퀴너 N. 리추아 필리핀 <인콰이어러> 기자·번역 김아람 기자] 한 독자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한국 재벌 한진그룹은 형제들끼리 그렇게 싸운다는 게 사실인가요? 원래 이쪽 사람들은 대중에게 치부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경우가 흔한가요? 왜 가족끼리 그렇게 다투는 걸까요?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있었죠.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이 질문은 저보단 기업문제를 다루는 비즈버즈(BizBuzz) 코너에 더 맞는 것 같네요.”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들이 유산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차기 후계자로 지목된 장남 조양호는 대한항공을 물려받았으며 둘째 조남호는 한진중공업을, 셋째 조수호는 한진해운, 막내 조정호는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를 물려받았다.
한국의 재벌기업 한진그룹의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3년 뒤인 2005년, 형제 간 후계자 전쟁이 시작됐다. 조양호 회장이 약속했던 주식을 동생들에게 나눠주지 않는 등 처음과 말이 달라지자, 나머지 형제들이 합심해 조양호 회장을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들은 자세한 내용을 알리기 꺼려했다. 막내 조정호 회장은 과거 <포브스아시아> 인터뷰에서 “언론에 제 형제 간 프라이버시를 자세히 말해서 좋을 건 없다”며 “다만 형(조양호 회장)을 싫어하는 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복잡한 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유산 상속이 차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만약 형제들이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자라왔다면 사전에 이런 일은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체로 아시아인들은 가족유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다. 아들들이 서로 친밀한 관계에서 성장했다면 유산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추측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막내가 형제들 중 가장 큰 돈을 움켜쥔 주인공이 됐다.
막내 조정호 회장은 한진家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물려받았던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를 ‘메리츠증권 및 메리츠화재’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05년에는 한진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인 사업체를 꾸려나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창출했다.
한편 2006년 셋째였던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하면서 맏이를 제외한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이렇게 조양호 회장은 동생들과 거리가 더욱 멀어졌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형제들이 함께 뜻을 모으는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이 혹시 일어날 지 누가 알겠는가?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부친인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하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은??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전세계 언론을 장식한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그녀는 뉴욕을 출발한 대한항공 기내에서 “승무원이 마카다미아 땅콩을 그릇에 담아오지 않고 봉지째 줬다”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박창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했다.
당시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250여명의 승객들은 20분갸랑 출발이 지연되는 불편을 겪었으며,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재벌 갑질, 항공법 저촉 여부 등의 논란의 불러일으켰다.
이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중에 공식적인 사과를 했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만약 독자 분이 ‘땅콩회항’ 사건의 원인이 ‘잘못된 교육방식’에 있다고 물으신다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두 아들의 미국 시민권 자격을 위해 원정출산을 감행했다고 하는데, 한국 국민들은 “원정출산의 또 다른 목적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한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동생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젊은 시절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몇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2000년 차선을 위반해 이를 단속하려던 교통경찰을 치고 100여m 정도 달아나다 뒤쫓아온 시민들에 의해 붙잡혀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입건됐다.
2005년에는 스타렉스 차량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하다 정차를 요구한 스타렉스 주인과 몸싸움을 벌여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그 밖에도 2012년 인하대학교 재단이사 시절, 인하대 운영 관련 피켓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거친 말을 내뱉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2년 뒤, 인하대 교수회로부터 재단 이사 사퇴를 요구받았다.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이들 남매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1999년 탈세혐의로 큰 곤욕을 치렀다.
이를 두고 우리는 “재벌 2세, 3세들이 멋모르고 자라서 버릇이 없다”며 “기업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누구나 실수는 한다. 부디 이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쓰디쓴 교훈을 얻길 바란다.
-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부친인 조양호(왼쪽)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하고 있다.
Korean family feud
A READER writes:? Is it true that the owner of Korean Air Lines and his shipping tycoon brother hate each other so much that they do not talk?? Business people in the public eye do not air dirty laundry in front of the world.? Is this a classic case of a family feud?? What caused the rift, and what could have prevented it?? As for the lady who got mad at a staff member of Korean Air, whose daughter is she?? Is family upbringing to blame?
My reply:
Your question seems more suited for Biz Buzz, which I’m sure you follow regularly.
But you are right about one thing:? the rift among the four sons of Cho Choong Hoon, the patriarch of the Hanjin business empire in South Korea, erupted right after the latter’s passing in 2002.
As their inheritance, the eldest son, Cho Yang Ho, received Korean Air Lines; the second, Cho Nam Ho, Hanjin Heavy Industries and Construction, a shipbuilding firm.? The third, Cho Soo Hoo, was put in charge of Hanjin Shipping, which makes cargo containers for worldwide trade.? The youngest, Cho Jung Ho, was left with Hanjin finance and insurance companies.
Many of us might have been content with what we were given, but then again, when faced with a dilemma perceived to be highly unfair, who knows how we would react?
So even if, as you say, the Cho family has always been in the limelight in their native land, three years after their father’s passing, the three younger brothers united to fight against the eldest, because they felt that their father’s will was unfair.
The patriarch had divided the conglomerate as described above, but the brothers decided to battle it out.
They declined to discuss the details of the feud in public:? Cho Jung Ho told “Forbes Asia” that “detailed [media] coverage would be unproductive” because the disputes were at best a private matter.
But he did allow himself to be quoted as saying, “I hate him [Cho Yang Ho].”
The proximate cause, then, was the alleged unfairness of the division of inheritance.
Could this have been prevented if the brothers were raised to watch out for each other?? After all, Asians are supposed to have strong family bonds, including respect for elders shown by Koreans.
Perhaps, but then again, personal details revealed about this family would probably be in the realm of speculation.? Perhaps you can direct this question to Biz Buzz!
In an ironic twist, the youngest is now the wealthiest.
When Cho Jung Ho broke away from the fold in 2005, he decided to buckle down to create an empire based on merit rather than family ties.
His companies, which he renamed as Meritz Financial, have made him a billionaire, a lot more than what his eldest brother and nemesis has earned through Korean Air.
The third brother has since passed away, while the second brother is on good terms with the youngest.
The eldest appears to be isolated, but as with Korean soap operas, no one knows if a reconciliation would materialize in the future.
Nut rage
Troubles seem to be never-ending for the eldest brother, as his daughter, Cho Hyun Ah, made headlines around the world with her temper tantrum while in first class on a Korean Air flight in New York City in October 2014.
Cho Hyun Ah reportedly got angry at and even slapped a steward who served her macadamia nuts in a bag instead of on a plate.
She ordered the flight to return to the gate to drop him off, delaying the flight.
Charges were filed against her, she apologized in public, and so did her father.? She also resigned from the company.
Was this temper tantrum a result of upbringing, you ask?? I don’t know.? But the following are some incidents reported by media after the incident.
Cho Hyun Ah went to the United States to give birth to twin boys, for them to secure US citizenship, which many people do.
Fair enough.
However, many Koreans reportedly felt that she did this primarily so that her children do not have to render compulsory military service, like other Korean males when they come of age.
Cho Hyun Ah’s brother reputedly would drive recklessly, and once, he even allegedly shoved an elderly woman who confronted him about his wild behavior, an incident that was investigated by the police.
As for the father himself, he was convicted of tax evasion (with other members of the family) after purchasing planes from Boeing for the airline.
It is tempting to point a finger at upbringing and entitlement. But everyone makes mistakes, and hopefully, the Cho clan has learned bitter lessons, instructive for all of us, however fascinating they might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