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땅콩회항’ 대한항공, 재무구조도 걱정된다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재무건전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근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했지만, 열악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12일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신용 위험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최종원·하재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지난 6일 발표한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재무위험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증권에 따르면 앞으로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이 회사 차입금이 4조8천억원, 회사채는 1조원에 이른다.

한진그룹 전체의 부채비율도 현재 10대그룹 중 가장 높다. 재벌닷컴이 2010∼2013년 10대그룹의 부채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2013년말 기준 452.4%에 이른다. 10대그룹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한화그룹 144.8%의 3배에 달한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0년 248.3%, 2011년 381.9%, 2012년 437.3%, 2013년 452.4% 등으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급등했다. 부채총액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2010년 23조9천억원에서 2011년 29조7천억원, 2012년 30조8천억원, 2013년 32조4천억원 등으로 3년 사이 8조5천억원 증가했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는 작년 한진해운 인수로 더 악화됐다.

대한항공의 부채총액은 2013년 말 18조7천억원에서 작년 9월 말 19조3천억원으로 6천억원 증가했다. 이 중 차입금은 5조6천억원으로 9개월 만에 1조2천억원이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한진해운은 부채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천108.3%에 이르는 등 취약한 재무상태를 아직 면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호텔 건설 비용과 이 호텔 사업 주체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에 대한 지급보증도 부담요인이다. 더욱이 유동성 위험 상태인 한진해운에 대한 재무지원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삼성증권은 밝혔다.

최근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에 유익한 여건도 새로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과 S-OIL 지분 매각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등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그렇지만 보다 확실한 구조조정이 없으면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진그룹 유상증자에 대한 논평을 통해 “호텔·레저 사업 투자가 한진그룹의 재무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7월까지 해결해야 하는 만큼 추가 자금 부담이 생길 것으로 한신평은 전망했다.

더구나 대한항공은 깊은 불황에 시달리는 자회사 한진해운을 추가 지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도 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그룹에 대해 경영진 교체 권고나 금리 인상 등의 제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래저래 한진그룹으로서는 첩첩산중이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한 것도 이처럼 악화된 재무구조를 호전시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실시되는 유상증자에는 주요 주주인 한진칼 등 자회사들이 증자에 참여할 전망이다.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계열사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적극 나서는 것이 긴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오너 일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엿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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