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재벌3세를 보는 눈

대한항공 조현아(40) 전 부사장에 대해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사전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청구됐다.

검찰조사 결과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무원과 사무장을 상대로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오는 30일 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구속여부가 결정된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영장이 청구된지 6일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이다. 말하자면 ‘재벌3세’이다. 때문에 조 전 부사장 사건을 계기로 최근 재벌3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재벌3세’와 관련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시너지팀 상무는 최근 ㈜LG 3대 주주가 됐다. 대신 원래 3대 주주였던 구본능 회장은 지분 3.95%를 보유하게 돼 5대 주주로 내려갔다. 구광모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회장의 친아들로,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인물이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LG의 지분 190만주를 구 상무에게 증여한 결과 구 상무가 지분 5.83%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현재 ㈜LG의 최대 주주는 10.79%를 보유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며,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7.57%의 지분으로 2대 주주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김 상무는 2010년 1월 한화에 입사해 이듬해 한화솔라원 등기이사 및 기획실장을 거쳐 지난해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에 임명됐다. 그는 지난 9월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솔라원 본사가 있는 상하이에서 중국 태양광 시장 진출 확대 등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기선(32)씨는 최근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이해 임원들을 대규모 감축할 때 승진한 것이다.

두산그룹도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CCO를 최근 그룹의 광고책임자로 기용했다.

이밖에도 재벌3세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재벌3세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경영성과는 물론 평소의 처신과 태도 등도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고, 또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경영자 대열에 굳이 들어갈 경우 우선 경영성과로 능력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처신과 태도가 건전한 상식과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의 신인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이 이런 이치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아무쪼록 흔히 ‘재벌3세’라고 불리는 이들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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