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 57] ‘역발상 투자’의 원조 백규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세상 사람들이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때는 사들이고, 세상 사람들이 사들일 때는 팔아 넘겼다.” <화식열전>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은 편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새로움이나 경이로움은 없다. 시대의 변화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 것은 운運이 아니라 그가 마음속에 품었던 변화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오늘의 ‘나’보다 한층 더 발전된 내일의 ‘나’를 꿈꾸는 야심찬 동경이 인생의 질質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서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썼던 것을 새삼 기억해본다.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은 내가 변화를 추구했다는 신념의 결과다. 빌 게이츠가 “나는 유별나게 머리가 똑똑하지 않다. 특별한 지혜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생각으로 옮겼을 뿐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변화가 인생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능히 짐작해볼 수 있다.

변화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나서는 데에서 출발한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화식열전>에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予’란 구절이 나온다. 아시다시피 화식열전은 춘추시대 말부터 한나라 초까지 재물을 많이 모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 부자들 중 백규白圭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주나라 사람으로 시세변동에 대한 통찰로 상당한 재물을 모았다. 그가 막대한 부를 얻게 된 것은 바로 남들이 버릴 때 취하고, 남들이 취할 때 버리는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予’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요즘 말하는 ‘역발상 투자’의 원조가 바로 백규다. 사마천도 “대체로 천하에 사업하는 방법을 말하는 사람들은 백규를 그 원조로 보았다”고 하였으며, 현재의 중국인들도 그를 재물을 모아주는 신으로 숭배하고 있을 정도다.

<화식열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마천은 “대체로 아껴 쓰고 부지런한 것은 생업을 다스리는 바른 길이다. 그렇지만 부자가 된 사람은 반드시 기이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아껴 쓰고 부지런한 것’과 ‘기이한 방법’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소 비약적일 수도 있겠지만, 전자는 ‘남들이 다니는 길’ 후자는 ‘나만이 가는 길’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사마천이 <화식열전> 전체를 통해 알리고자 한 것은 부를 얻는 길은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특별함’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특별함이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사마천도 <화식열전>에서 “도박은 나쁘지만 환발桓發은 그것으로 부자가 되었고, 행상은 남자에게는 천한 일이지만 옹낙성擁樂成은 그것으로 천금을 얻었고,…”라는 식의 예시를 통해 부정적인 의미를 누차 지적한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은 ‘한 가지 일에 전심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인기아취’는 비단 돈 버는 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안목으로 한 가지 일에 전념한다면 성공이란 손 안에 든 물건과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하는데 나는 왜 성공하지 못하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바로 남들이 가는 길만을 쫓아만 다닌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성공이 인생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성공의 의지가 없는 삶은 주인공이 없는 소설처럼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모험과 도전의 정신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성공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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