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 60] 삶은 매순간 선택과 결단···짬짜면의 사회적 ‘함의’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사)아시아기자협회 부이사장]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을 먹어야 할지 짬뽕을 먹어야할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짜장면을 시켰다가도 다시 종업원을 불러 짬뽕으로 바꿔달라는 사람도 있다. 별것이 아닌 일인데도 막상 하나의 선택을 하려면 참으로 고민되기 마련이다. 손님들의 이런 갈등을 지켜보던 어떤 사장님이 ‘짬짜면’이라는 새메뉴를 개발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선택의 어려움을 일거에 해결해 준 ‘짬짜면’은 현대인들의 심리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다. ‘짬짜면’은 비록 편리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확신의 결여’와 ‘선택의 지연’이라는 망설임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 측면에서 ‘짬짜면’은 중국집 메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내재하고 있는 특정한 소망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선택의 어려움을 피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짬짜면’과 같은 편리한 메뉴는 없다. 물론 몇몇의 요행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삶은 매순간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다. 선택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바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고 했다. 동일한 행동을 계속한다는 것은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짬짜면’으로 두 가지를 다 먹었다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남의 선택에 의한 수동적인 결정이다. 선택을 하지 못하는 궁극적인 원인은 ‘주체성의 상실’이다. 주체성이란 결단한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며,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다. 결과는 차후의 문제이지 행동에 앞서 미리 계산할 것은 아니다. 결과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좋은 결과만을 바라며 행동을 유보하다가 때를 놓치는 애석한 경우도 많다.

진나라의 공격을 받은 조나라 왕이 초나라 왕에게 도움을 청하자 초나라 왕은 송의宋義를 상장군으로 삼고 항우를 차장군으로 삼아 파병했다. 송의는 진나라 군대의 사기가 높은 것을 보고 공격을 하지 않고 45일 동안 관망했다. 항우가 강을 건너가 진나라를 칠 것을 재촉하자 송의는 당신은 힘은 센지 모르겠지만 지략은 나만 못하다며 모욕을 주었다. 이에 격분한 항우가 송의를 죽이고 강을 건너가 진나라를 공격했다. 공격하기 전에 항우는 배를 가라앉히고, 막사를 불사르고, 솥과 시루를 깨트리고, 식량도 사흘치만 남겨놓고 모두 없앴다. 이는 병사들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라는 뜻이다. 그 결과 항우는 진나라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항우가 송의를 죽인 것에 대해 시비是非가 있을 수 있지만, 선택과 결단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엿볼 수 있다.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지도자의 선택과 결단이 조직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선택을 미루는 사람에게 성공의 드라마란 있을 수 없다. 실패와 성공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러나 그 차이란 선택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무언가를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는 무미한 삶은 ‘짬짜면’을 시키는 것처럼 비非주체적인 것이다. 선택이 곧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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