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파노라마⑤] 윤석열과 국민의힘 ‘동시위기’ 해법은 어디에?

6월 10일 대통령 초청 식사 자리에서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혼란합니다. 의원총회에서 ‘비상 상황’이라며 비대위 전환을 의결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당장 비대위 전환의 당헌·당규상 근거를 놓고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비대위 체제로 가는 명분인 최고위 기능 상실 요건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의총 결의를 내세워 밀어붙이려 하지만, 비대위 성격과 활동기한을 둘러싸고 주장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할지, 비대위원장은 누구로 할지도 오리무중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직무정지중이고, 대표직무를 대행하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도 갈등의 불씨입니다.

비대위 구성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전국위원회 의결과정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대위가 구성되어도 새 대표를 뽑을 임시전당대회를 언제 열 것인가를 둘러싼 회오리가 예상됩니다. 구성원들의 정치적 셈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비고비마다 당내 싸움이 벌어지고, 그때마다 여론은 나빠질 것이 뻔합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무사히 꾸려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올라가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컨벤션 효과와 새로운 당 지도부에 거는 기대로 ‘반짝 반전’은 있겠지만 국정운영의 난맥상과 지지도 하락을 불러온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살로 낮추겠다고 추진하다가 물러서는 과정이 윤석열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며 ‘공론화’를 거론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자 폐기하기 위한 명분쌓기로 보입니다. 여론 수렴도 없고, 당정협의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방식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고스란히 닮았습니다.

경찰국 신설은 여론이 나빠지고 경찰 내부의 반발이 강했음에도 밀어붙였지만 갈등의 불씨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집권 두 달 만에 공론화 과정도 없이 시행령으로 무리하게 경찰국을 신설할 필요성을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권이 ‘전투경찰과 최루탄’으로 권력을 유지하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으로 빠져든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 ‘내부 총질’ 문자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내부 총질’로 보는 인식도 문제고, 민심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대표 징계로 당이 잘 되고 있다는 판단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문자 ‘발송’이 아니라 문자 ‘노출’에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는 수습방식입니다.

“우리당도 잘 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에 윤석열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드러납니다. 지지율 하락이 이준석 대표의 내부총질로 국민의힘이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누가 국민의힘 지도부가 되어도 지지율은 올라가지 못합니다.

지지율을 떨어뜨린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인 인사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라고 윤석열 대통령은 반문하지만 시민의 판단은 다릅니다. 또 인사에 대한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지 않고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검증을 담당한 법무부장관, 그리고 권성동 원내대표로 상징되는 윤핵관에게 있습니다.

“대통령실에 대통령 부부 친척과 지인, 극우 성향 인사들이 줄줄이 들어간 것은 대통령의 잘못일까, 국민의힘 잘못일까?”라고 한겨레 성한용 기자는 묻고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비상상황이지만 더 큰 비상상황은 대통령실이 맞고 있습니다. 성한용 기자의 표현처럼 “사고는 대통령이 치고 책임은 국민의힘으로 떠미는” 대통령실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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