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한국정치⑨] 영화 ‘벌새’와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상민 의원

영화 <벌새>

’59’. 어떤 숫자 같습니까? 독립영화 <벌새>(감독 김보라)가 나라 안팎에서 받은 상의 개수입니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NETPAC상과 관객상을 시작으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상과 집행위원회 특별상, 2019년 제40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2020년 제56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과 여우조연상 제56회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벌새’를 총 관객은 15만 명 남짓이지만 ‘벌새’에 대한 관심은 나라 밖에서도 많았습니다. 2019년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대상(제네레이션 14플러스)을 시작으로 제18회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과 촬영상,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영화제가 <벌새>를 주목했습니다.

나라 밖에서만 200개 가까이 상을 받고 나라 안에서 받은 상까지 더하면 250여 개나 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는 못 미치지만 대단한 성과입니다. <벌새>는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난 1994년을 배경으로 열다섯 살 먹은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성수대교 붕괴’라는 사건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새들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은 벌새는 크기가 평균적으로 손가락만합니다. 몸집은 작지만 비행능력이 매우 뛰어난데 초당 약 60회나 날개를 퍼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새라는 이름도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다보니 벌처럼 ‘부우웅~’ 소리가 나서 붙여졌습니다. 영어로는 휘파람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hummingbird로 불립니다.

생물학자들은 벌새가 특이하게도 숲에 불이 났을 때 도망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물 있는 곳으로 날아가 부리 가득 물을 머금고 와선 불붙은 나무에 뿌린다는 겁니다. 수많은 소방관과 시민들이 함께 하고, 헬리콥터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도 산불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하물며 벌새 몇 마리가 물을 뿌린다고 산불이 꺼질 리가 없습니다.

벌새의 이런 행동은 자신의 보금자리,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본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벌새의 심정을 가져야 합니다. 당대표 후보자들, 최고위원 후보자들,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 모두 민주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물을 길어 나르는 벌새의 심정이 되어야 민주당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아니, 당원들과 지지자들까지도 모두 벌새가 되어야 합니다. 촛불민심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이게 나라냐”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정권을 맡겼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5년 동안 ‘이게 나라다‘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심판을 받고 말았습니다. 표 차이가 많건 적건 진 건 진 겁니다. 선거패배를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의 불을 끄려는 벌새들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내부총질’이라며 공격을 당했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한 마리 벌새였습니다. 출마요건에 미달됐음에도 당 대표 출마를 강행하려 했고, 출마가 무산되자 SNS 등을 통해 다듬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마구 남발하는 바람에 스스로 상처를 입었지만 그가 벌새 역할을 했던 건 사실입니다.

이상민 의원의 쓴소리도 일부 비판을 받았지만, 이 의원 또한 더불어민주당을 살리려는 벌새의 한 마리입니다. 듣기 싫다고, 국민의힘과 논리가 비슷하다고, 특정인 특정계파에게 불리하다고 곱지 않게 바라보면 안 됩니다. 내 의견이 소중한 만큼 나와 다를지라도 남의 의견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원리 아닙니까.

이상민 의원

계속되는 헛발질로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100일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정부여당 실수만 기다리지 말고 민심이 촛불정부가 못했던 일들을 해내는 ‘촛불정당’이 되어야 2년 뒤 제22대 총선, 5년 뒤 제21대 대선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모두 벌새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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