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한국정치⑩] 권성동 원내대표 재신임, 위기의식 없는 국민의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를 읽고 있는 장면. 이 사진으로 국민의힘은 다시 비대위 체제로 들어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17일 권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으로 뽑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았습니다. 비대위 출범 과정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은 권 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이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 당 대표’ 텔레그램 메시지를 노출시켜 비대위 체제로 가는 동기를 만든 데 데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비대위에 합류했습니다. 윤핵관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윤석열 대통령부터 의원은 물론 당원과 지지자들까지)에서 보면 권성동 대표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입니다. 때로는 사과를 해야 할 정도로 거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하지만 국민의힘 정부가 가는 길에 장애가 되는 것처럼 보이면 권 대표는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언론, 페미니즘 등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 1700여 곳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권성동 대표는 “시민단체가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고 민주당과 유착까지 했다”며 “이제라도 철저한 감사를 통해 부패와 타락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권 대표의 눈에 시민단체는 ‘정치예비군’입니다.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면 자기 돈으로 자기 시간 내서 하면 된다.” 여성가족부의 성평등문화추진단 사업이 권성동 대표가 “남녀갈등을 완화하겠다면서 증폭시키고 특정 이념에 편향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며 과거 지탄받던 구태를 반복한다”며 폐지를 촉구하자 중단됐습니다. 관련 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하자 나온 권 대표의 반응이었습니다.

권성동 대표의 거친 말은 언론도 피해가지 않습니다. “KBS와 MBC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한다”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공정 편파보도가 많았고 문 정권에 부역했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언론노조가 근거 없는 소리로 언론인을 모욕했다고 규탄성명을 내고 고소 방침을 밝혔지만 권 대표는 강경합니다. “사과할 생각 없다”는 겁니다.

이 같은 권성동 대표의 언행이 낮은 윤석열 정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것으로 분석하는 이준석 전 대표는 “강경 메시지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개혁이라든지 사정 정국을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추동력이 없기에 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정치적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언론인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미국과 유럽에서 이민자를 반대하는 정치가들이 힘을 갖는 까닭이 시민들의 손실회피 성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가 위협받고 복지가 줄어들며 세금을 많이 내게 될 거라고 걱정하는 시민에게 “조국을 빼앗기고 있다”는 선동적 표현이 너무 잘 먹힌다는 겁니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이익을 보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는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손실회피 성향(loss aversion bias)’인데 이것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단과 의사결정 분야의 심리학, 행동경제학과 행복심리학 전문가인 이스라엘 학자 대니얼 카너먼(Kahneman)은 이 이론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손실회피성향은 10$ 얻는 것보다 10$ 잃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만들고, 미래 전망에 대한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합니다. 국민의힘 정부의 잘못이 민주당과 유착한 시민단체 때문에, 민주노총 때문에, 페미니즘 때문에, 불공정한 언론 때문에 그렇다는 권성동 대표의 선동이 손실회피성향 때문에 먹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보수세력 자극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 내각, 국민의힘의 근본적인 쇄신이 없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분골쇄신 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중심에 둔 국정운영을 강조했지만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보면 아직도 위기의식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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