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한국정치⑦] ‘어대명’ 대세 속 시대정신 못 읽는 민주당 당권경쟁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가 7월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출신으로 함께 대표 후보에 나선 설훈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7월 18일 후보등록 마감 결과, 당 대표 후보 8인 최고위원 후보 17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하지만 이재명 의원 외에 설훈 의원, 박용진 의원 등 97그룹(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이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8명 가운데 7월 28일 예비경선(컷오프)이 실시돼 상위 3명이 본경선에서 겨루게 됩니다. 예비경선은 중앙위원회 70%, 일반시민 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은 예비후보 17명 가운데 28일 예비경선에서 상위 8명이 본경선에 진출하게 됩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100% 중앙위원회 투표로 진행됩니다.

민주당 지도부 경쟁 구도는 ‘어대명’ 대 ‘반이대명’ 구도지만 ‘어대명’이 강해 보입니다. 최고위원 경선도 ‘친명’ 대 ‘반명’ 구도인데 ‘친명’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분당될 거라는 주장입니다.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뚜렷한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분당론은 지금은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뿌리는 평화민주당입니다. 평민당을 창당한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는 제1, 제2공화국 시절의 민주당입니다. 한민당-민국당-민주당-신민당-신한민주당으로 이어진 민주당은 자칭타칭 ‘정통 야당’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의 통일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의 평민당으로 갈렸던 ‘정통 야당’은 3당합당으로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정통 야당’ 절반은 여당에 편입되었고, 남아 있던 절반이 바뀐 정치환경 속에서 새로운 정당의 역사를 써나갑니다. 평민당-통민당으로 갈라지지 않고 3당합당이 없었더라도 ‘정통 야당’이라는 표현은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당 이름도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문재인 정부에서는 여당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박근헤 정부에서 야당이었고, 이제 윤석열 정부에서도 야당입니다. 잇단 두 차례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이지만 169석의 거대정당입니다. 제1당이었지만 여당과 겨우 1석 차이였던 박근혜 정부 후반기와는 다릅니다. 당을 잘 추슬러 ‘대통령을 처음 해 보는 거’라 갈팡질팡하는 정부 여당을 제대로 비판 견제 감시해야 합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겠다는 당 대표 후보가 8명, 최고위원 후보가 17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을 구하고, 나라를 바꾸고, 시민의 삶을 바꾸려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역사와 시대, 그리고 시민이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실천할 새로운 가치와 이념,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후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의원들을 만나고, 끌어들이고, 지역을 다니면서 당원과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대세론에 기댄 ‘어대명’ 추세나 ‘반명’ 정서에 기댄 ‘분당’ 주장으로는 당원과 지지자, 시민을 설득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줄세우기 세력 경쟁이 아니라 시대정신이 반영된 가치 경쟁을 해야 합니다.

제7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유진산 총재의 지지를 받는 김영삼 의원을 제치고 후보가 되었습니다. 제16대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지지 의원이 천정배 의원 단 한 명뿐이었고, 지지율은 1% 수준이었지만 당내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대선에서는 ‘이회창 대세론’을 꺾었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어대명’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의원이 가치경쟁을 끌어나가면 어떨까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이 의원에게 묻고, 분당론을 제기하는 경쟁자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민주당의 미래를 끌어갈 후보들이 시대정신을, 가치와 이념을, 정강 정책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논쟁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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