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한국정치⑥]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묘수 뭘까?

민주당 박홍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17일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국회 정상화가 불투명해졌습니다. 배분 비율에는 합의했지만 어느 상임위원장을 배분할지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양당이 행정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상임위원장 모두를 차지해야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한 곳만 선택하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행안위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문제가, 과방위는 여당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문제가 걸려 있어 양당 모두 쉽게 양보할 수 없을 겁니다. 원 구성 협상을 일괄 타결로 하기로 했으므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어렵게 합의한 사개특위 구성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 구성 협상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된 것은 민주화 이후 첫 국회인 제13대 국회 때부터입니다. 여소야대가 되면서 상임위원장을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해 왔습니다. 민주화의 성과라 할 의석비율에 따른 배분은 이제는 관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1988년 4월 26일 실시된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은 125석으로 전체 의석의 41.8%를 차지했습니다. 평화민주당이 70석으로 의석비율 23.4%, 통일민주당이 59석으로 의석비율 19.7% 신민주공화당이 35석으로 의석비율 11.7%였습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당이 과거처럼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할 수 없었습니다.

김용채 신민주공화당 원내총무가 “여당이 고집을 부린다면 야3당이 손잡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야당끼리 나눌 수 있다”고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한 달이 넘게 진행된 원 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은 제1당인 민정당, 국회부의장은 제2당 제3당인 평민당과 통민당이 맡고, 상임위원장은 4당이 7 : 4 : 3 : 2로 배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1990년 3당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218석으로 의석비율 72.9% 평화민주당이 70석으로 의석비율 23.4%인 여대야소 국회가 되었습니다. 민자당은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려 했고, 평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원 구성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나아가 평민당은 지방선거법, 광주배상법 등 개혁입법 처리까지 연계시켰습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민자당은 1990년 5월 29일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으나 야당 몫의 부의장은 뽑지 못했습니다. 그 뒤 노태우 대통령-김대중 총재의 영수회담을 통해 상임위원장 야당 배분에 합의했고, 평민당은 상임위원장 4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거대여당도 의석 비율에 따른 상임위원장 분점 관행을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합니다. 영국 하원은 의석 비율과 정당 협상 결과에 따라 위원장직을 배분합니다. 책임정치라는 면에서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게 맞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의석비율에 따른 배분도 지켜야 할 중요한 관행입니다. 배분의 정신에 맞춰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빨리 마무리되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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