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중국위안화 국제화’ 자문자답] “실질 효과보다 중화자존심 등 상징성 더 커”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최근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에 포함돼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아시아엔>은 국제금융학자로 대만국립대 석사, MIT대 경제학 박사학위인 김영수 캐나다 Eastwood Companies CEO의 ‘위안화 국제화 의미’를 김 박사의 자문자답(自問自答) 형식으로 소개한다.-편집자
-며칠 전 IMF의 SDR에 위안화가 포함됐다. 여기에 대해서 코멘트 해달라.
“일단 위안화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러나, 위완화가 SDR에 포함된 것은 현재로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중화민족의 자존심, 긍지를 제고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지만, 당장 실질적으로 어떠한 큰 경제적 혜택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근에 중국의 몇몇 지도자와 만난 결과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국가의 중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약간 조급함이 있지 않나 조금 우려된다. 필요한 국제화와 개방은 이미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개방, 즉 국제화를 위해 너무 큰 희생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국제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외국에 가서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가? 지금도 은련(銀聯)의 Union Pay(은련카드)를 받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중국은 이미 전세계 무역량 1위 국가다. 원하기만 하면, 위안화의 거래를 크게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제3자간의 거래에 위안화가 대량으로 쓰여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이나 중요 금융기관에서 위안화를 비축하는 것도 아직은 어렵다. 그래서 미국과 기축통화의 지위를 놓고 인민폐가 경쟁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관념적인 문제다. 그리고 ‘경쟁을 과연 해야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각국의 외환비축이나 금융기관의 해외자산 보유 등을 보면 여러 기준으로 볼 때 현재 100대1, 1000대1, 10,000대1 정도로 위안화가 미국 달러에 열세다. 경쟁하겠다고 결심을 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다. 나는 시간이 한참 걸릴 것으로 본다. 적어도 10년도 더 걸릴 것 같다.”
-부작용이라고 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국제화라는 것은 사실, 구미중심의 금융질서에 함몰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들의 규범, 그들의 행동양식, 그들의 제도, 그들의 관념을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사법제도의 운영이나 금융화폐 정책의 운용에 구미각국과 긴밀한 협조(동화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즉, 클럽의 멤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클럽의 멤버답게 행동해야 하는 거다.
사실 위안화가 없으면 구매하지 못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많아지고, 위안화의 국제화는 저절로 달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석유는 미국 달러가 없으면 못 산다든가, 마샬플랜을 통해 유럽에 대규모 원조정책을 펼치면서 달러를 유통시킨다거나 하는 정도의 사건을 통해서 위안화의 진정한 국제화가 달성될 거다. 한마디로 요원한 이야기다.
미국의 달러가 영국의 파운드화를 대치하여 국제 기축통화가 될 적의 역사적인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파운드화와 당시의 미국 달러는 둘 다 금본위 화폐였다. 그래서 금을 매개로 해서 사람들이 두 화폐를 원래 거의 동일하게 볼 수 있었다.
두 나라 간에는 언어, 제도, 문화의 공통성이 있었다. 심지어 금융계 인사들도 거의 동일한 인사들이었다. 영국사람들은 미국 달러가 영국 파운드를 대체해 나가는 것에 대해 반감이 거의 없었다. 방해공작같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대영제국이 이미 깔아놓은 전 세계 금융거래망을 그대로 달러 거래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즉 대영제국이 세계화폐를 만들어 놓고 미국이 이를 계승, 대체하였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는 달러가 영국의 파운드를 대체하는 과정과는 다르다.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는 하나의 기축통화만을 용인하는지도 모른다. 미국 달러와 영국 파운드가 경쟁하다 미국 달러가 이긴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급작스럽게 달러가 대두된 것 같다. ‘승자독식’이라고할까? 부작용이라 함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서 독특한 화폐 금융정책을 펼 수 있는 주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또 부분별로, 아니면 심지어 위안화 자체가 투기세력의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자본계정을 막아놓았는데 이것이 열리게 될 거다.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를 공격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 못했다. 중국도 위안화가 완전히 국제화된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아니 반드시 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회사에 따라서는 주식을 상장하는 회사가 있다.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알짜배기 회사들 가운데 영원히 상장을 하지 않는 회사들이 있다. 상장을 했다가 후회하는 회사들도 있다. 좋은 비유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상장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듯이, 화폐를 국제화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처럼 수십년 간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 외국에서 돈을 꿔와야 하는 경우는 화폐가 국제화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거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지금 재정이 건전하다. 무역수지도 엄청난 흑자다. 그런데, 꼭 위안화를 국제화할 필요는 없다. 미국처럼 많은 돈을 꾸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지만 돈을 꾸지 않고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자국화폐를 국제화할 필요는 없다. 자존심과 긍지의 문제다.
이자가 싸져서 기업들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대신 위안화가치의 상승으로 중국제 물건들이 약간 비싸질 것이다. 오히려 중국내부의 진보세력 혹은 국제파라고 할까, 그들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국내개혁의 촉진제로 사용하는 의미도 있겠다. WTO에 가입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국제화를 빨리 촉진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농담 몇 마디 하겠다. 중국에서 1천위안짜리 화폐를 발행하여 관광객들에게 해외에 나가서 사용하도록 권장하면 된다. 그러면 해외에서는 중국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고, 거스름돈을 거슬러 주어야 하기 때문에 상점마다 엄청난 위안화를 비축하게 된다. 물론 농담이지만 말이다.
화교들 간에 위안화 거래, 동남아시아 국가 간의 위안화 거래 등은 중국의 금융기관들이 지점망을 넓히고 적극적인 영업을 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중국 사법제도의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외국기업이 중국정부와 재판에서 두어번만 이기면 그런 말도 쏙 들어갈 거다.
미국의 큰 법률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하면 된다. 이것도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나는 중국 사법제도가 이미 상당히 투명하다고 본다. 미국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법률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수임료를 받는 제도를 투명한 사법제도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상식적인 사건에 상식적인 판단을 하면 된다. 중국에 지금 그런 상식적인 제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비상식적인 어불성설’이다.
무역적자, 재정적자를 상당히 오랫동안 발생시키지 않는한 위안화의 국제화는 발생할 수가 없다. 나는 경제학자로서 전 세계에 현재 기축통화의 통화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고 본다. 그것이 지금 세계경제의 오랜 불경기의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중국 화폐가 국제통화가 되어 전 세계 기축통화의 화폐량의 총량이 늘어난다면, 세계 시민들에게는 큰 축복이라고 본다. 그리고 미국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위안화의 국제화에는 절대적으로 찬성할 거다. 지금처럼 전 세계의 세계통화를 한 나라만 공급하려면 해당 국가의 국내경기가 과열하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