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임동근 뒷담화③] ‘한강의 기적’ 뒤에 숨겨진 금융공학 비화, 체비지·주공···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캐나다 이스트우드컴퍼니 CEO] 내가 임동근 교수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것은 ‘체비지’ 관련 내용이다. 한 인간의 흥망, 한 기업의 흥망, 세계적인 대사건 뒤에는 언제나 기가 막힌 금융공학적 사건이 있게 마련이다.

제2차대전 때도, 영국금융도사 처칠과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출신의 금융빠꼼이 루즈벨트 둘이서 군수물자를 놓고 기가 막힌 금융공학을 펼친다. 군수물자를 묘하게 리스(Lease) 해주는 방법을 만들었다. 이들은 미국 국회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견제를 우회하고, 고갈된 영국의 해외금융자산(금)의 문제를 풀어준다.

메디치가와 로스차일드가의 고난도 금융공학 ‘필살기 시전(市廛)’으로 많은 유럽전쟁의 향배가 바뀌기도 하고, 인민은행의 금융공학적 개인기 시전으로 국공전쟁에서 승패가 갈리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대사건 뒤에는 ‘체비지’ ‘그린벨트’ ‘주공’이라는 기발한 금융공학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번호를 매겨가면서 설명을 해보자.

1.국가전체의 발전에 필요한 돈이 있다. 정부는 그 돈이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개인이고 정부고 꼭 언제나 돈이 모자란다.

2.그렇다고 돈을 찍으면 인플레가 발생하고, 외국에서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3.이때 땅을 수용한다. 지주들은 좀 억울하다. 그러나, 이래저래 개발되지 못하는 값 없는 땅이니 그 억울함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일부 남겨 주기도 한다. 다른 땅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4.정부가 계획을 하고 이를 발표한다.

5.3번의 땅 가운데 상당 부분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민간에 판다.

6.그 돈으로 4번의 계획을 추진한다.

7.계획이 성공하고 나면, 5번에서처럼 비싼 가격에 산 사람도 돈을 번다. 심지어는 3번에서 억울하던 지주들도 남아있던 땅 가격이 올라서 좋다. 훨씬 더 벌 수 있었지만 그보다 못 미쳐 억울할 뿐이지, 재산으로는 상당히 흐뭇한 상태를 만들어 준다. 원래 사람이란 그렇다. 부자로 만들어주면 그저 흐뭇한 거다.

8.위의 윈-윈-윈이 성공하려면 당연히 4번의 계획이 좋아야 한다.

9.예를 들어 길을 보자, 길이 뚫리기만 하면 사람들이 이용하고, 예전에 멀어서 한가했던 지역들이 번화가로 바뀐다. 예전에는 관료들이 그런 것을 잘했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유능하고 청렴하면서 그같은 집단이성이 있었다. 계획을 엉터리로 만들고, 집행도 잘 못하고, 거기다가 업자한테 뇌물이나 받으면 나라가 망하는 거다.

10.그런데, 정부가 필요로 하는 돈이 엄청 많다. 그 필요한 돈을 다 댈 만큼 체비지가 팔리지 않는다.

11.그래서 나오는 묘수가 있다. 그린벨트로 상당 부분 땅을 묶는다. 재산권을 엄청 제한해 버린다. 환경도 보호하는 명분과 실리 효과를 다 본다. 그래서 토지에 대한 수요를 정부의 체비지로 몬다.

12.그리고 정부의 체비지를 주공이 일단 매입한다. 주공은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개발, 판매할 노하우를 그간 재빨리 습득했다. 체비지를 팔릴 만한 아파트단지로 만들어 파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다시 정부와 주공 그리고 지주가 모두 윈-윈-윈을 이룬다. 주공이 그런 노하우를 못 얻었다면, 혹은 노하우를 얻었더라도 사람들이 사지 않았다면 말이다.

13.그런데다 중동특수와 베트남특수 때 들어온 돈으로 위의 모든 단계에서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어놓았다. 즉, 1번에서 12번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숨통을 터주는 그 한방, 한방들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한 거다. 사람은 역시 운이 따라줘야 한다. 또, 그런 한방들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그 운을 내 것으로 만들 자격이 없으면 그것이 내 것이 되질 못한다.

14.이제는 민간도 아파트단지 개발 노하우를 갖추게 됐다.

15.경제가 이미 도약단계로 들어간다.

한강의 기적 뒤에는 이런 기막힌 금융공학적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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