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이 군령 어긴 관우 살려준 이유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천명(天命)은 하늘의 명령 또는 운명을 뜻한다. 천명은 방벌(放伐)과 선양(禪讓)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방벌은 폭군을 타도하는 것을 뜻하며, 선양은 덕이 있는 천자(天子)에게 제위(帝位)를 넘겨주는 것을 뜻한다.
방벌(放伐)이란 걸(桀)·주(紂) 같은 폭군을 쳐부수는 일이다. 그리고 선양(禪讓)이란 요(堯)가 유덕한 순(舜)에게, 다시 순은 우(禹)에게 제위를 양보하는 것같이 위(位)를 양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의(義)와 인(仁)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되는 통치자는 자신의 행동에 따라서 하늘이 부여한 위임통치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진인사대천명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을 이른다. 이 말은 <삼국지>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했다.
중국 삼국시대에 위나라 조조와 오, 촉의 연합군이 적벽에서 맞붙은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은 관우에게 화용도(華容道)에서 기다리다 도망쳐오는 조조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관우는 조조를 죽이지 않고 길을 내주어 살려 보냈다. 그래서 제갈공명은 군법에 따라 관우를 참수하려 하였으나 유비가 간청하여 목숨을 살려주었다.
그때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한 말이다. “천문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므로 일전에 조조에게 은혜를 입었던 관우로 하여금 그 은혜를 갚으라고 화용도로 보냈습니다. 내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다 할지라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렸으니,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 하늘의 명을 기다려 따를 뿐입니다”라고 했다.
진인사대천명은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 뒤, 이 후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또 겸허하게 인간능력의 한계를 받아들여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한 다음에는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이 진인사대천명이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간다. 누구도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 스스로 힘을 내는 사람이 힘을 얻는 법이고, 자립하는 것이 모든 성공의 바탕이다.
실패를 이기는 방법은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거나 둘 중 하나다. 한발 한발 조심하면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빠르게 달리려면 넘어져 봐야 한다. “넘어지면서 안전하게 걷는 법을 배운다”는 영국속담이 있다.
천명을 올바로 인식하는 방법이 있을까? 무엇이 하늘의 뜻인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다. 하늘이 모든 것을 초월한 지고(至高)의 존재인 만큼,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지혜와 지성을 통해 최상의 수준에서 그 판단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후의 성공은 실패하는 순간 결정된다. 전략의 천재로 일컬어지며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전쟁(1866년) 그리고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1870~1871년)을 승리로 이끈 프로이센의 헬무트 폰 몰트케 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항상 젊은이들의 실패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실패하고 물러서는가, 아니면 다시 서는가. 젊은이 앞에는 이 두 가지의 길이 있는데, 이 순간에 성공은 결정되는 것이다.”
천명을 따르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니다. 오히려 험난한 길이다. 하지만 힘들게 올라야만 장엄한 경관을 볼 수 있다. 평지만 걸어서는 늘 보던 것만 보일 뿐이다. 경험이라는 단어 ‘experience’는 라틴어 ‘ex pericolo’에서 유래했다. 이는 ‘위험으로부터(from danger)’란 뜻이다. 위험을 감내해야 경험이 쌓이고, 성공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 중종때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김정(金淨)이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 지었다는 <십일잠(十一箴)>의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검은 표범이 안개 속에 숨어 있을 땐 여우나 너구리가 업신여긴다. 그러나 한번 울부짖고 긴파람을 하면 온갖 짐승이 놀라 간을 떨어뜨린다.”
어린 표범은 털이 보잘 것 없다. 하지만 자라면서 털 빛깔이 점점 윤택해지고 아름다워진다. 이와 같이 가장 강할 때 가장 아름답다. 천명을 아는 사람은 이 표범처럼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강해진다. 그래야 능히 천명을 수행할 수 있다.
원불교 <정산종사 법어> ‘공도편’(公道編) 64장에 “군심경순유덕자(群心竟順有德者) 천명종귀무사인(天命終歸無私人)”이라는 법문(法門)이 나온다. “대중의 마음은 마침내 덕 있는 이를 따르고, 하늘의 뜻은 마침내 사 없는 이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세상에 가장 훌륭한 사람은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되면 하던 일을 후진에게 맡기고 미련 없이 떠난다. 또한 가장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안다. 가장 넉넉한 사람은 자기한테 주어진 몫에 대하여 불평불만이 없다. 가장 강한 사람은 타오르는 욕망을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존경받는 부자는 적시적소에 돈을 쓸 줄 안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인격자는 자신을 알고 겸손하게 처신하는 사람이다. 가장 훌륭한 삶을 산 사람은 살아있을 때보다 죽었을 때 이름이 빛난다. 지혜로운 사람은 덕 있는 사람을 못 이기고, 덕 있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을 못 이긴다,
그러므로 대중의 마음은 마침내 덕 있는 이를 따르고, 하늘의 뜻은 마침내 사(私, 邪)없는 이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필자의 천명은 덕화만발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맑고 밝고 훈훈하게 만드는 일일 게다. 그리고 덕화만발 가족을 사랑하는 일에 온 몸과 마음을 바치는 일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