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⑭] 리카르도 선장이 비장한 어조로 명령했다. “저 놈의 성기와 양팔을 잘라라”
<3부>리카르도와 애드문 4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 바로알기> 저자] 리카르도는 그 말을 듣고는 한층 더 비웃으며 말했다.
“거 무슨 망발이냐? 내가 지은 죄나 저 여인들이 지은 죄는 네가 지은 죄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네가 지은 죗값은 신보다 저 여인들이 먼저 받아야 옳다. 그리고 해적들을 소탕해야하는 나의 책임에 비추어서도 나는 너와 해적들에게 죗값을 물을 자격이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심판에 신이나 교황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
리카르도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선원 무리들 속에서 가장 노련해 보이는 선원을 바라보며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갑판장! 이 자의 옷을 벗겨라.”
리카르도 선장의 지시에 엔젤호 갑판장이 이미 지저분해진 신부의 성의聖衣를 벗기려 하자 신부가 발악하며 애원했다.
“이놈아! 내 옷에 손대지 마라! 선장님, 제발 선처해 주십시오. 다시는 죄 짓지 않고 선장님의 종으로 평생 헌신하겠습니다! 제발….”
그러나 리카르도 선장은 입을 꼭 다문 채 생포된 해적들보다 더 비천해지고 있는 신부를 노려볼 뿐이었다. 이제 신부는 신의 심판보다 사람의 심판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가 선선히 벗으려 들지 않은 까닭에 신부복은 갈가리 찢겨졌다. 발가벗겨진 신부가 두 손으로 성기를 감추며 갑판 위에 섰다. 조금 전까지의 당당하고 위엄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비온 뒤 맨땅에 기어 나와 햇볕에 노출된 지렁이마냥 벌벌 떨며 꼼지락거렸다.
교활했던 눈빛도 어느 덧 풀어지고 이제 막 건져 올린 물에 빠진 쥐새끼의 눈 마냥 겁에 질려 있었다.
리카르도가 명령했다.
“저 자를 돛대에 묶고 성기부터 잘라라!”
갑판장과 선원들이 달려들어 신부를 돛대에 묶자 신부가 혼비백산하며 애원했다.
“아이고 선장님! 신이시여! 교황님! 제발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용서해 주소서.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 때 에릭손 선장이 다급하게 리카르도 곁으로 뛰어왔다. “리카르도 선장님! 신부를 교황청의 조사와 판결 없이 처벌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비록 저 자의 죄가 무겁긴 하지만 선장님의 안위가 걱정되어 말씀드리는 것이니, 저 자를 이 정도로 창피만 주고 처벌은 교회에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에릭손 선장의 간청에 리카르도 선장의 노기가 조금 풀렸는지 헛기침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선 고개를 돌려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갑판 위에 떨면서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인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으나 신부를 처벌해 달라는 호소의 눈빛을 보내왔다. 그러나 신부를 처벌한 후에 닥칠지 모를 장래에 대한 두려움의 눈빛도 발하고 있었다.
리카르도는 다시 눈을 돌려 아무 것도 떠있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먼 수평선을 한참 응시했다. 그러는 동안 신부는 얼마나 겁을 집어 먹었던지 벌거숭이 몸으로 돛대에 묶인 채 똥오줌을 싸지르고 있었다.
이윽고 리카르도 선장이 비장한 어조로 명령했다.
“갑판장! 저자의 성기를 자르고 양팔을 잘라라. 그러고 나서 생포된 해적들과 함께 바다에 버려라.”
명령은 즉각적으로 시행되었다. 부상당하거나 항복한 해적들도 모조리 양팔을 절단한 후 해적선의 갑판을 떼어내어 급조한 뗏목에 이미 불구가 된 신부와 함께 태워 식량이나 식수도 주지 않고 바다에 버렸다. 노획한 보물들을 모두 옮겨 실은 다음 해적선은 불태워 버렸다. 불길 속에서 잘려진 신부의 성기와 팔, 해적들의 팔들도 함께 타올랐다.
선량한 사람들을 약탈할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과학자들과 죄 없는 여자들에게 마녀라는 낙인을 찍어 화형을 시키곤 하던 당시의 일부 성직자들은 해적들처럼 뿌리 속 깊이 야만적이고 잔혹했다.
그들에게 리카르도 선장은 그들만큼 야만적이고 잔혹하게 보복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구제 불가능한 인간쓰레기들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