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그 5천년의 생얼⑧]기독교 ‘복음서’ 9할 빚과 돈 관련 이야기···주기도문도 “나와 당신의 채무 탕감을”이 정확한 해석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복음’의 정의는 빚쟁이들에게 새 왕조가 들어서니, 옛 왕조 치하에서 발생한 빚은 안 갚아도 된다는 것을 전해주는 좋은 소식을 말한다. 또 ‘구주’의 정의는 Redeemer 즉 빚을 대신 갚아주는 사람을 말한다.

복음서의 거의 90%가 빚과 돈에 관한 이야기다. 1만 달란트를 빚진 종과 작은 빚진 자, 소작인과 농장주 등 결국 빚 이야기다. 주기도문도 ‘죄’라는 말로 묘하게 바꾸어 논점을 흐리지만, 원어로 보자면 사실 빚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내게 빚진 자의 채무를 해제하여 주듯, 당신도 내가 당신에게 진 빚을 탕감하여 주십시오.” 이게 원어에 가장 충실한 번역이다.

새 왕조가 들어서면, 이전 왕조 치하에서 개인 간에 발생한 빚을 탕감해 버리는 것이 중동 왕조역사의 전통이다. 중국에서도 새 왕조가 들어서면서 이런 일을 가끔 한다.

주기도문은 새 왕조의 도래를 예고하면서, 옛 왕조에서 개인 간에 발생한 빚을 서로 탕감하라는 것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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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런데 쉬운 일인가? 탕감받는 쪽이야 쉽지만 탕감하는 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말장난을 하는 거다. “금전적인 빚이 아니라, 정신적인 죄, 도덕적인 결점, 영적인 부채를 의미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정신적 또는 무슨 영적인 부채를 만한다고? 그렇다면 주기도문에서 ‘경제적인 빚은 말고’, “영적으로 제게 진 것을 내가 용서하여 주듯, 하느님도 나의 영적인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요”라고 치환시켜서 읽어보기 바란다. 전혀 뜻이 통하지 않게 되어있다. 엉터리 해석인 거다.

기독교인들은 자기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도문을 이런 식으로 왜곡시킨다. 그렇게 왜곡시키면서 또 매주 내리 줄창 외우면서도 불편해 하지도 않는다. 거기에 곡조까지 붙여서 찬송가까지 만들어 부른다.

‘구원’ ‘구속’과 ‘용서’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다. 전부 일차적으론 돈에 관한 이야기다. 간단하다. 외국어 좀 쓰면 ‘머니’ ‘치엔’ ‘쁠라따’ ‘오카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걸 영적으로 승화시키느라고 무척들 노력하고 그게 진정한 기독교인 줄 안다. 영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일차적인 것을 먼저 해결하고 영적으로 승화해야지, 정작 중요한 것을 소화하기 전에 승화부터 시키고 있다.

나는 그래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구원을 못 받았으리라고 추측하는 거다. 말 그대로 ‘헛 신앙생활’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성경은 처음부터 거의 끝자락 근처까지 돈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억지로 피해서 영적으로만 나가니 신앙생활이 초점이 어긋나고 스텝이 꼬이고 힘들기만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영적이고 폼 날지는 몰라도 성경에 의한 기독교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이 아니라,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기독교의 허상(영상)으로부터 배운 기독교라서 그렇다.

기독교 신앙은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원래 돈에 관한 이야기다. 죄인(Debtor)과 세리(빚 대신 받아주는 사람 즉 해결사)를 놓고 구주가 죄인을 구원하는 즉 좋은 분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그런데 그걸 이해 못하고 있다. 기독교인으로서는 이미 빵점을 맞은 거다. 아무리 방언을 잘 하고 아무리 선교사 생활을 수십년 해도 기독교의 핵심 즉 구주가 내 빚을 대신 갚아주었다는 걸 이해 못 하고서야 40일 금식하면서 외쳐본들 헛 신앙일 뿐이다.

이상은 바로 나 김영수가 아니라 그레이버의 주장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그레이버는 “대부분의 종교가 사실은 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세력을 떨치고 있는 종교들의 발생이 사실은 화폐와 빚으로 인한 노예계급의 발생과 그로부터의 고통에 대한 사색을 통해 전 지구적으로 거의 동시대에 발생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한다.

화폐경제가 발생하고, 빚이란 것이 생겨나고 그로부터 노예계급이 발생하고, 도대체 세상이 왜 이런 거냐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며 거기에서 종교가 발생해서 그렇다고 그레이버는 주장한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종교는 돈의 문제를 많이 다룬다.

돈 때문에 발생해서, 돈에 관해 설명하는 정신작업의 일종이 바로 종교라서 그렇다. 대강 신석기시대에서 짧은 청동기시대를 통하고 철기시대로 들어가는 그 즈음에 전 세계의 큰 종교들이 거의 동시에 탄생한다. 바로 그 즈음 화폐, 빚 그리고 노예제도가 발생했다. 종교는 돈으로 발생한 사태에 관해 사색을 한 결과 생긴 돈에 관한 이야기라는 거다.

“어? 돈을 숭배하면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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