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언론 “세계문화유산 신청 일본 군함도는 공포의 섬”···아베 역사후퇴 비판

1930년대 하시마 섬
1930년대 하시마 섬<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엔=편집국] 독일 일간 <디 벨트> 일요판은 14일(현지시간) ‘공포의 섬’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시마(端島)섬(일명 군함도)을 둘러싼 동아시아 논란 배후에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역사 후퇴의 롤백 정책으로 일관하는 아베 정부가 버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시마섬 탄광은 일본이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23곳 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은 다른 6곳과 함께 과거 5만 8천 명의 조선인이 강제 노역한 장소라는 점에서, 등재되더라도 전체 과거사의 정확한 기록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정부의 입장이다.

하시마는 일본이 서양을 뒤쫓아 산업화에 나선 1887년 갱도가 설치됐다. 이후 일본의 첫 대기업으로 성장한 미츠비시에 팔려 산업 연료의 핵심인 석탄이 채굴됐다. 1916년에는 일본 최초로 고층건물이 들어서 이후로도 수십년간 일본 내 최고 건물 지위를 누렸다.

일본은 후발 산업화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제국주의의 길로 들어서 한국과 중국 등을 침략했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은 1945년 종전됐지만 그 기간까지 강제노동에 동원된 한국인 수만 200만명이 넘었다. 이 가운데 하시마 섬에는 강제노역자 600명이 투입됐고 이 중 29명은 영양실조와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 시신은 갱도에 매쟁되거나 바다에 던져졌다.

이 신문은 “나가사키에서 15㎞ 떨어진 하시마가 암벽과 콘크리트로 에워싸인 외양 때문에 ‘군함도’로 불렸다”며 “오늘날 아베 보수 정부가 하시마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만 중국, 베트남, 특히 한국 같은 이웃국가들에 이 섬은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보다 훨씬 더 불길한 섬”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섬의 지하 가장 깊은 곳은 해수면 아래 1천m까지 갱도가 설치돼 있다. 이 심연 속에 일본과 한국이 세계유산 등재를 두고 싸움을 하는 하시마섬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면서 “이 섬을 문화적 기념물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포의 기념물이라고 해야 할까”라고도 물었다.

신문은 주독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말를 인용해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유산의 가치 평가 시기를 1850∼1910년으로 한정한 것은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 시기를 배제함으로써 강제노역 주제를 피하려 한 일본 정부의 술책”이라며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교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디 벨트>는 “강제노역과 그에 따른 책임 및 처리 문제가 명시돼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견해를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는 게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 한국인들로 이뤄진 위안부, 즉 강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사과 발언과 관련해서도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최근에는 희생된 강제노역자들을 위한 기념비가 다시 철거되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2일 디 벨트 등 독일 언론은 독일을 찾은 윤병세 외교장관 및 주독 한국대사관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오는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21개 위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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