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열받은 당신, 문자·이메일 답장 한 템포만 늦추세요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거나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면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기 마련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친구, 사랑하는 가족 등에게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상처를 받지 않고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항상 좋은 의도만 가지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준 상처와 배신감에서 오는 고통을 어떻게 하면 완화시킬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용서를 하지 못하면 모두가 홧병환자가 될 것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대부분 ‘홧병환자’라 할 수 있다. 사소한 일에 버럭 화 내고, 자기 하고 상관 없는 일에 마구 분노를 쏟아낸다. 현대인들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성질로 인해 벌어지는 온갖 병리현상과 부작용이 최악의 범죄로 이어지는 일들을 많이 본다.

그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는 방법은 용서밖에 없다. 누군가를 용서해주면 용서받은 사람뿐 아니라 용서해준 사람도 치유를 받는다. 어떤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상처는 한참 후에도 여전히 남아 우리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그 상처를 키우는 정도에 따라 우리 삶에 해악을 끼치고 마음에 평화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문제는 마음이다. 화는 이제 강 건너 불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왜들 그렇게 너나없이 화를 내는 것일까? 조급증이 제일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보다 한 발짝이라도 뒤처지면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홧병은 어쩌면 당연한 병통인지도 모른다.

홧병에 대한 대답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바로 용서다. 고통스런 기억을 없애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용서에 있다.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큰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할 때 우리는 그 상처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러니까 용서하는 사람만이 상처를 치유하는 지혜 있는 사람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솟구치는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자기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멈추고, 내려놓고, 낮추고, 더 먼 데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마음의 치유다.

그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방법이 있다. 첫째, 밥솥에 붙은 누룽지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물을 붓고 그냥 기다리면 된다. 마찬가지로 아픈 상처 역시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지 마라. 그냥 마음의 밥솥에 시간이라는 물을 붓고 기다리면 된다.

둘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는 없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싫어하든 말든 그냥 내버려두고 살면 된다. 나를 싫어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그 사람 문제지 나의 문제는 아니다.

셋째, 적이 많다면 남 흉보는 버릇부터 고치면 된다. 그리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지라. 적을 만들지 않은 이가 적들을 다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

넷째, 지구는 둥글어서 세상의 끝이 본래 없지만 마음이 절망스러우면 그곳이 바로 세상의 끝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지금의 어려움도 여름더위처럼 곧 지나간다.

다섯째, 지금 처한 상황을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가 없다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행복하다. 원래 나쁜 것도 원래 좋은 것도 없다. 내 마음에 상(相)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좋은 것, 나쁜 것이 생기는 것이다.

여섯째, 열 받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문자나 이메일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멈추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한번 멈추고 그 다음날 답신을 보낸다. 말을 듣자마자 바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을 때 후회하는 것보다 하지 않아야할 말을 했을 때 더 후회하기 마련이다.

국방을 하는 데에도 육해공 3방면의 방어가 필요한 것 같이 우리들에게도 3방면의 항마(降魔)가 필요하다. 그 세 가지는 곧 순경과 역경과 공경(空境)이다. 순경은 내 마음을 유혹하는 경계요, 역경은 내 마음에 거슬리는 경계다 그리고 공경은 내 마음이 게을러진 경계를 말한다.

그러니까 지혜 있는 사람은 자신의 힘을 헤아려 보아서 그 경계를 능히 인내할 만하면 몰라도 그렇지 못할 정도면 미리 그 경계를 피한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기른 후 그 경계를 대처해 간다. 만일 그렇지 못하고 억센 경계 속에서 억지로 그 경계를 이기려 하면 신심만 괴로워 질뿐이다. 그리고 경계를 피하는 데 아무 효력을 얻지 못하는 수가 허다하다.

나의 힘에 겨운 난처하고 삿된 경계에는 끝까지 대결하여 싸우는 것이 선책이 아니다. 무지포악한 사람이 와서 시비를 걸 때에는 슬그머니 그 경계를 피하였다가 뒤에 타이르듯이 하는 것이다. 마음공부 도상에 고비가 없을 수 없다, 그러니까 그 고비를 억지로 뚫으려고만 하지 말고 수월스럽게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 선책(善策)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