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온달’ ‘바보 김수환’이 오늘 참 그립습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세상이 너무 야박하고 똑똑하고 약삭빠른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 인정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안 보인다. 오래 전에 명동성당으로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 뵌 적이 있었다. 꼭 시골의 우리 할아버지처럼 스스럼없이 맞아주셨다. 당신은 ‘바보’라는 충격적인 말씀을 들려주셨다.

바보는 어리석고 못나게 구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바보이셨을까? 그 이후 필자는 바보처럼 살기로 했다. 그래서 조금은 밑지고, 무조건 베풀며, 세상을 위해 맨발로 뛰는 것을 저의 생활신조로 삼았다.

어떤 마을에 ‘바보’라고 불리는 소년이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이 바보 소년을 놀려주기 위해서 손바닥에 50원짜리 동전과 100원짜리 동전을 놓고서 맘대로 집어가라고 하면 이 소년은 항상 50원짜리 동전만 집어갔다.

어느 날, 한 어른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얘야, 50원짜리보다 100원짜리가 더 크단다. 다음부터는 100원짜리를 잡으려무나” 하고 일러줬다. 이 말에 바보소년은 싱긋 웃으면서, “아저씨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제가 100원짜리를 집으면 애들이 싱거워서 다시는 그런 장난을 안 할 거예요. 안 그런가요?” “그렇겠지…” “그러면 저는 돈을 못 벌잖아요.”

누가 바보이고 누가 ‘똑똑이’인가? 옛날 한 가난한 바보아이가 우물에서 물을 마시는데, 어디선가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다. 그러더니 “저 산의 도깨비에게 가서 네 소원을 말하면 가난을 면할 수 있을 게다” 라고 일러주었다. 개구리 얘기를 들은 바보소년은 그 산에 가서 도깨비를 만났다.

소년은 도깨비에게 말했다. “도깨비야! 너 내 소원을 들어줄래?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단다.” 도깨비는 소년에게 당나귀 한 필을 주어서 보냈다. 그러나 소년은 집으로 돌아오던 중 그만 심사가 고약한 주막의 주인에게 당나귀를 빼앗기고 말았다.

소년은 할 수 없이 도깨비에게 다시 가서 또 청을 하였다. 그랬더니 도깨비는 소년에게 보자기 한 장을 주었다. 이 보자기는 무엇이든 소원대로 쏟아져 나오게 하는 진귀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이것마저 주막 주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낙심한 소년이 도깨비에게 다시 가서 또 청을 했다.

이번에는 방망이 한 개를 주며, “이것은 ‘때려라 방망이야!’ 하고 외치면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방망이다”라고 일러주었다. 가난한 소년이 집으로 돌아오다가 주막 주인에게 이 사실을 말하였더니, 주인은 그것마저 탐을 내어 빼앗았다. 주인은 방망이를 시험하기 위하여 “때려라 방망이야!” 하고 외쳤다.

그랬더니 방망이는 주막주인을 마구 때리기 시작하였다. 주막주인은 결국 그 도깨비방망이에 맞아서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소년은 당나귀와 보자기를 도로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는 이미 금은보화가 가득 차 있었고, 그 덕으로 바보소년은 부자가 되어 잘 살았다고 한다.

바보 온달(溫達, ?~590) 이야기는 <삼국사기> 열전에 실려 있다. 고구려 평원왕 때 외모는 누추하나 마음은 명랑한 바보 온달이라는 거지가 있었다. 집안이 가난하여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걸해서 눈 먼 어머니를 봉양했다. 당시 평원왕에게 울보인 딸 평강공주가 있어서 울 때마다 늘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놀렸다.

공주가 자라서 부왕이 상부 고씨에게 출가하라는 명에 거역해 궁궐에서 내쫓겼다. 공주는 온달을 찾아가서 온달 모자를 설득하여 혼인을 한다. 몸에 지니고 나온 금팔찌로 병든 국마(國馬)를 사서 잘 길러 준마를 만들고 그 말로 온달이 무술을 연마하게 했다.

고구려에는 매년 3월3일 군신(君臣)과 5부 병사들이 낙랑언덕에서 사냥하는 행사가 있었다. 온달이 이 사냥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여 평원왕을 놀라게 했다. 온달은 후주(後周)와의 전쟁에서도 큰 공을 세워서 사위로 인정받고 대형(大兄)의 벼슬에 올랐니다. 그 후, 온달이 영양왕(590년)에게 신라에 빼앗긴 한수(漢水) 이북의 땅을 회복하겠으니 군사를 달라고 자청하여 신라군과 아단성(阿旦城)에서 싸웠다.

온달은 그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다가 유시(流矢)에 맞아 전사하고 만다. 그런데 온달의 장례를 지내려고 하자 관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평강공주가 와서 관을 쓰다듬으며 “생사가 이미 정해졌으니 돌아가세요!”라고 하자 관이 움직여 장사를 지냈다 한다. 바보온달은 평민의 신분으로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여 부마에 오르고 무장으로 이름을 떨친 위대한 장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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