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좌충우돌 중국여행①] 캐나다 위장취업 전기공 할아버지 고향 따라가 보니…
우리 회사에 기계 수리하러 오는 중국 할아버지가 머리가 무척 좋다. 그래서, 꼭 “선생님 선생님” 하고 깎듯이 대우를 해드린다. 그 할아버지가 자기 고향에 한번 오라고 하여 중국을 또 찾았다. 좋은 경험했다. 중국 하면 우선 하층민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웬 걸? 한국 같으면 카이스트급의 유명한 박사였다. 학력을 속인 것이다. 현지 중국정부의 고위관리들이 나와서 최고의 존경을 표시하는 거였다. ‘해외 고급인력 귀국 환영연’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었다. 중국사람은 겸손하고 실속을 차리기 때문에 그 진짜 실력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참 많다.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필자는 어려서부터 식구들로부터 되놈같다고 놀림을 받았다. 지저분하고 입는 것 일체 신경 안 쓰고, 실속 되게 차리려 하고…
그렇게 오래 살아서 그랬는지, 요새는 생긴 것도 중국사람과 비슷하다고들 주위에서 듣는다. 욕인가 아닌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욕일 것 같다.
하여간 필자는 중국사람들을 무척 좋아한다. 외국인 치고 중국사람을 필자만큼 좋아하는 사람 드물 거다. 특히 중국의 지방도시와 시골사람들을 참 좋아한다. 필자는 대만에서 공부했고, 중국이 아직 발전하기 전에 서안에서 교수생활도 하여 예전의 중국을 기억한다.
요사이 대도시는 중국스러운 맛이 다 없어졌다. 물론 지방도시는 아직 그런 면이 있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손님이 오면 밤새도록 대접하고, 상다리가 휘어야 하고, 술을 억지로 마구 권하고 말이다.
그런 게 없어지고 나니 솔직히 좀 섭섭하기도 하다. 최근 그런 대접을 오랜만에 받았다. 산동음식이라서 좀 짠 맛이 돌긴 했지만. 다 좋은데, 시골은 단지 아침에 조깅할 적에 개에 물릴까봐, 그게 좀 걱정이다. 광견병이 걸려있는 것 같은 개들이 많다.
시골에 성병치료 무허가(?) 진료소들이 주택가 속에 많은 것도 의아하게 만든다.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 못된 병이 마구 퍼지는 것이 슬프다. 마귀가 있기는 있는가 싶다. 역시 사람은 영혼을 구제해야 하고 도덕을 재무장시켜야 경제부흥도, 의미있는 삶도 가능한 것 같다.
중국은 참 재미난 게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 중국인 친구가 인종별로 보면 제일 많은데, 밴쿠버에서는 하층민(?)으로 흐지부지 살고 있지만, 자기 동네에 가보면 ‘방방 뜨는’ 사람이 많다.
밴쿠버에서야 빈한하게 하루 벌어 하루 겨우 먹고 살아가는데, 중국 자기 고향에서는 황제급으로 산다. 필자는 머리 좋은 사람을 좋아한다. 못 생기고, 다른 결점이 많아도 머리 좋으면 일단 오케이다. 반면 학교는 그럴 듯하게 나왔지만 잘난 체 하고, 머리 나쁘면, 나한테는 심한 인간적인 모욕을 당한다. 왜 당하는지도 모를 게 말이다.
우리 회사에 기계 수리하러 오는 중국 할아버지가 머리가 무척 좋다. 그래서, 꼭 “선생님 선생님” 하고 깎듯이 대우를 해드린다. 그 할아버지가 자기 고향에 한번 오라고 하여 중국을 또 찾았다. 좋은 경험했다.
중국 하면 우선 하층민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웬 걸? 한국 같으면 카이스트급의 유명한 박사였다. 학력을 속인 것이다.
현지 중국정부의 고위관리들이 나와서 최고의 존경을 표시하는 거였다. ‘해외 고급인력 귀국 환영연’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었다. 중국사람은 겸손하고 실속을 차리기 때문에 그 진짜 실력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참 많다.
친구들이 핵폭탄 개발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만나보겠느냐고 내게 물었다. “고맙지만, 다음에…” 답했다. 필자는 사실 중국 핵폭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두번 있었다.
중국에서 길 다니다 보면 “아가씨들이 핵폭탄보다 더 ‘살상력’ 있게 생겼다…”라고 말로는 표현 못하고 생각만 하다 말았다. 그런데 중국은 아이들이 참 못 생겼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이번에 오랜만에 신선한 쇼크를 먹었다. 쇼크와 함께 상다리가 부러지게 대접을 받았다. 인정미가 넘치는 예전 중국식 저녁 시간이었다. 억지로 술 권하고…
중국 시골이 다 깨끗해졌다. 영원히 못 고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뀌어 있었다. 중국 사람들 엘리베이터 속이나 공공장소에서 큰 목소리로 떠드는 것, 그것만 없애면 훌륭한 국제급 신사숙녀가 될 거다.
공중도덕과 같은 ‘무형의 인프라’는 사실 익숙해지려면 비용이 더 드는 것인데 그걸 해내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거기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대국으로 본격적으로 발흥할 모양이다. 일본도 기록에 보면 원래 공중도덕이 형편 없었는데 대국 발흥 직전에 그런 무형의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가래침 뱉는 것도 거의 없어지고 담배 예의도 아주 변했다.
중국 텔리비전에 보면, 유럽과 일대일로(一?一路)로 연결되어 크게 공사판이 벌어지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300억 달러 공사 계약체결” 그런 뉴스다. 고속철은 중국이 전세계를 다 해먹는 것 같다. 끝도 한도 없이 큰 시장이다. 세상은 정말 넓다.
회계장부 속이고, 남의 빚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김우중 회장을 전혀 좋게 보지 않지만,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그분의 책 제목에는 공감한다.
이번 방문때 전세계 3000개 제약기계회사들이 출품한 전시회를 관람했다. 사흘 내리 구경과 함께 교섭을 했다. 거기서 둘러보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도 솔솔 난다. ‘저렇게 만들어보면 좋겠군’ 제품을 생각하고 기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보고 제품을 생각하는 거다.
바로 그 점이다. 요즘 성장하고 있는 제품이 뭔지 알 수 있다. 회사가 잘 되니 확장을 할 거고, 확장을 하려니, 기계를 사러 오지 않았을까 말이다. 그러니 정보를 거기서 무척 많이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이 전시회에 매년 오기로 결심했다. 아이들도 반드시 데려 올 생각이다. 우리 가정의 전통으로 삼으려고 한다.
한국 제약기계 회사들도 출품하긴 했다. 좋긴 좋다고 하던데, 중국기계보다 10배 비쌌다. 중국기계를 매년 산다고 하자. 그래서 1년 보증기간을 계속 쓰고 그 다음엔 버리고 새 기계를 산다고 치자. 그래도 10년을 고장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중국기계를 사게 된다. 애국심이 모자란 거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한국회사들도 내 애국심을 고취시킬 겸 중국 기계의 3배 정도만 하면 꼭 한국기계를 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