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식약처장, ‘가짜 백수오 파장’ 정확히 파악하고 계신지요?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白首烏)’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4월22일 한국소비자원 발표 이후 유통업계와 주식시장에서 가짜 백수오 논란이 뜨겁다. 한국소비자원은 홈쇼핑 6개사 및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8개 회원사에 백수오 관련 제품에 대해 보상안 마련을 권고했다. 가짜 백수오를 판매한 내츄럴엔도텍은 코스탁 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해 주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Korea Consumer Agency)이 시중에 유통 중인 32개 백수오 제품의 원료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진짜 백수오가 쓰인 제품은 단 3개뿐이며, 나머지 29개는 가짜였다. 즉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만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이 12개,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제조한 제품이 9개였고, 8개 제품은 백수오 원료 사용여부가 확인불가였다.

확인불가 8개 중 2개 제품은 제조공법상 DNA가 확인돼야 하지만 백수오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6개 제품은 최종제품에 제조공법상 DNA가 남아있지 않아 이엽우피소 혼입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6개 제품의 원료공급원인 내츄럴엔도텍에서 가공 전 백수오 원료를 수거해 시험 검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가격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300g 기준 가격이 백수오는 3만~4만원대이지만, 이엽우피소는 1만~2만원 정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Korea Food & Drug Administration)는 논란에 휩싸인 백수오 시장 선두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을 지난 4월30일 재조사한 결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인하여 국내 백수오 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금번 파동으로 백수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추락해 재배 농가들이 몰락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백수오 전국 재배 물량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인 충북 재배 농가의 90% 이상이 제천에 몰려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제천에 90개의 백수오 재배농가가 있으며, 총 재배면적은 140ha(약 14만㎡)이며, 연간 60억원 수준의 백수오를 네츄럴엔도텍에 납품했다. 네츄럴엔도텍과 계약을 맺은 영농조합이 일괄수매를 해서 가공을 한 뒤 회사로 납품했다. 하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이 발생한 뒤 영농조합으로부터 올해 수매가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아 올해 농사를 시작한 농가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번 가짜 백수오 논란을 보면서 건강기능식품을 과연 믿고 먹어도 되는 건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생산과 판매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계층의 욕구가 반영되어 성장이 계속되어 시장규모가 1조8천억원 정도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며, 섭취량과 섭취방법이 정해져 있다. 많이 섭취한다고 기능성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며, 본인에게 맞는 걸 먹지 않으면 부작용이 날 수 있다. 특히 특정 질환으로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섭취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백수오는 생약명이 백하수오(白何首烏), 백수오(白首烏), 산백(山伯) 등으로 불리는 산야초이며,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풀이다. 줄기는 시계바늘과 같은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며, 1~3m 정도로 자란다. 잎은 마디마다 2장이 마주 자리하며 계란처럼 생겼으며, 잎자루보다 짧은 꽃대가 생겨나 여러 송이의 꽃이 둥글게 뭉쳐 피며, 꽃은 연한 초록빛이다.

백수오의 덩이뿌리(塊根)를 늦가을 또는 이른 봄에 굴취하여 햇볕에 말린 후 잘게 썰어 약재로 사용한다. 말린 약재는 1회에 2~5g씩 200cc의 물로 뭉근하게 달이거나 곱게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백수오를 먹는 방법으로는 환, 가루, 차로 달여 먹는 방법 등이 있다. 약효는 자양, 강장, 보혈, 정력 증진 등의 효능이 있고 종기를 가라앉히는 작용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백수오는 한방에서 많이 활용되는 약재는 아니지만 사상의학에서 활용하고 있다. 사상의학에서 백수오는 소음인 약으로 분류하므로 모든 체질에 좋은 약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한편 백수오가 여성 갱년기장애 개선, 면역력 강화, 항산화 효과 등이 있는 건강식품으로 선전되면서 지난 2013년부터 TV홈쇼핑에서 큰 인기를 끌어 판매가 급증하여 국내 시장규모가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백수오’처럼 폐경 증상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건강기능식품들이 안면홍조와 같은 폐경 초기 증상에 대해서 일시적으로 개선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폐경으로 인해 장기적인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 결핍 상태가 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바가 없다. 따라서 폐경증상이 발생하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본인에게 맞는 호르몬 요법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격산효(隔山?), 토백렴(土白?) 등 별명으로 불리는 이엽우피소는 주로 중국의 서북, 서남, 중남, 화동, 화북 등에서 나고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덩이뿌리로 불규칙한 원기둥 모양이며 길이는 3~10cm, 지름은 1.5~4cm이다. 표면은 황토색, 회갈색을 띄고 잔잔한 줄무늬가 있으며 질은 단단하다. 이엽우피소는 뿌리의 생김새가 백수오와 비슷해 일반 사람들은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생물인 경우에는 잎을 보고 구별할 수 있다. 즉 백수오는 잎 포면이 매끈하고 잎을 찢어보면 하얀 진액이 나오는 반면, 이엽우피소는 잎 표면이 우둘투둘하고 잎을 찢어도 하얀 진액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뿌리로 보면 모양이 유사하지만, 백수오는 슬림한 모양이며 이엽우피소는 굵기가 굵고 길이가 짧은 편이다. 또 이엽우피소 가루를 따뜻한 물에 풀면 잘 풀리지 않고 덩어리가 생기지만, 백수오는 물에 쉽게 풀린다.

‘백수오 현안에 관한 협의회’가 2007년 3월29일 작물과학원에서 개최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생약규격팀, 한국생약협회, 대한한의사협회, 충북농업기술원, 영주농업협동조합, 영주백수오작목반 등에서 24명이 참석했다. 회의 결과보고서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수오는 마디풀과 Polygonaceae의 덩이뿌리이며, 백수오는 박주가리과의 Asclepiadaceae의 덩이뿌리이므로 기원과 효능이 다르므로 동일한 약으로 취급될 수 없다. 그러나 유통시장에서는 이들 한약재가 동일한 것으로 오인되어 구별되지 않고 있다. 하수오는 귀화식물로 국내재배가 거의 없으며 농림부 통계자료 ‘특용작물 생산실적’에 하수오는 실제로 백수오의 통계이다.

영주 지방에서 재배되는 중국 도입 이엽우피소는 백수오로 쓸 수 없으며 더욱이 위품 하수오로 판매되고 있어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백수오는 우리나라 생규에만 수재된 규격한약재이며, 국내 자생 ‘은조롱’을 원식물로 하고 있다. 중국 및 일본에서는 백수오가 한약재로 수재되지 않은 민간 생약재이다.

충북농업기술원에서 백수오(은조롱) 재배기술을 중점연구 하였으나, 국내에서 재배되는 백수오가 대부분 이엽우피소이므로 지역특화과제로 제안하여 수행했다(2005~2007). 우수농산물 GAP에서 이엽우피소를 제외하도록 시행단체인 한국생약협회에 권유했다. 이엽우피소는 약 15년 전에 민간에서 도입하여 주로 영주지방 작목반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일부는 식품 및 주조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백수오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중국 내 주산지는 강서, 강소, 사천 등이며 이엽우피소 주산지는 중국 강소, 상동, 사천 등이다. 이엽우피소는 성장이 빨라 1년만 재배해도 지름이 2cm 이상 돼 뿌리가 크고 굵다. 백수오는 3년을 자라도 굵기가 이만큼 되지 않는다.

최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국회로 번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엽우피소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할만한 독성자료가 부족하다면서 인체에 위해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중국과 대만에서 이미 식품 원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비가역적 독성(시험물질에 의해 생체에 나타난 이상반응이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독성)을 유발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인체 위해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5월17일 현재까지 식약처의 공식 입장은 “이엽우피소는 인체에 해롭지 않지만, 식품으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백수오 제품 구매자들 중 일부는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피해자 모임 카페에 간기능 저하, 소화기 장애, 통증 발생, 혈액순환 및 신경계 이상, 자궁근종 및 출혈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또는 소비자상담센터에 고발하였다.

백수오 및 이엽우피소에 대한 국내 연구는 극히 미약하여 한약 및 식품원료로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 한약재나 식품원료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성분, 효능,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독성시험이나 위해성 평가를 조속히 실시하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로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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