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별기고] 이집트 인형극 ‘아라주즈’, 어린이에 ‘행복 한가득’ 선사
[아시아엔=아시라프 달리 알 아라비 매거진 에디터] 한국이 오는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날엔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듯, 이집트 어린이들도 ‘아라주즈(Arajuz)의 날’에 입가에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아라주즈’는 아라주즈와 그의 가족들이 등장하는 이집트 전통나무인형극이다. 아라주즈는 이집트의 대중예술 중 하나로 대중에 친숙한 주제들을 주로 다룬다. 극의 주인공 아라주즈는 그만의 독특한 목소리로 사회 행동규범과 전통을 익살스럽게 풀어낸다.
중동의 유일한 아라주즈 전문가이자 주 쿠웨이트 이집트대사관 보좌관인 나빌 바흐자트(Nabil Bahjat)는 “꼭두각시 인형극 연출자들이 이집트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집트 출신 세이버(Uncle Saber)는 50년 이상 공연하고 있는 아라주즈의 산증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집트 연출자들을 쿠웨이트로 초청해 양국의 ‘아라주즈 교류’에도 이바지했다.
아라주즈란 단어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집트 파라오시대 때 ‘이야기꾼’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단 설이 있는 반면, 인형극 조종사가 두 인형을 동시에 조종하기 때문에 ‘둘을 보다’란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또한 ‘아라주즈’가 과거 이집트 독재자 카라쿠쉬(Quraqush)의 이름에서 변형됐다는 설도 있다. 아라주즈는 이집트에서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인형극에서도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아라주즈 연출가들은 매 공연마다 등장인물의 숫자를 바꾸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한다. 아라주즈 제작자들은 극적 효과를 돋구기 위해 고유의 음악을 사용한다. 청중들은 노래가사를 따라 부르며 인형들과 대화한다. 이때 연출가들은 청중과 인형의 대화를 통해 청중들이 극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아라주즈의 대가 세이버는 “인류가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의 소중했던 감성을 잃어버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고립되고, 극단적인 목소리에 쉽게 휩쓸린다. 특히 잔인한 비디오게임은 인류의 폭력성을 배가시킨다”고 경고한다. ‘증오의 목소리’가 ‘평화의 목소리’보다 커져가고 아이들을 행복을 앗아가고 있다. 이때 예술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봄이 다가오면 전세계는 인형의 날을 기념해 축제를 벌이는데, 이집트에서는 이날이 곧 ‘아라주즈의 날’이다. 한국의 ‘어린이날’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올해의 슬로건은 ‘더 큰 행복(A Fortune of Happiness)’이다. 어둠이 떠오르는 해를 막을 수 없듯이, 우리는 ‘더 큰 행복’을 마음에 간직해야 한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자라나게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유년시절, 빨간 커튼 뒤에서 아라주즈를 연기하는 배우들로 덕분에 큰 웃음과 행복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젠 우리가 ‘아라주즈’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의 ‘소중한 감성’과 ‘마음의 빛’을 되돌려줄 때다.
아울러 한국의 어린이들도 아라주즈가 선사하는 행복을 간직하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누가 아는가? 머지 않은 미래의 ‘어린이날’에 한국의 어린이들도 아라주즈의 감동을 느낄지.번역 노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