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청년 5인 릴레이 인터뷰
대학 가는 이유? “취업학원 No, 자아실현 Yes!”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노지영 인턴기자] 아시아의 대학입학률과 유학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국제기구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대학의 접근성이 높아진데다 특수계층만이 아닌 일반 가정 출신도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학교육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시아인들에 ‘대학’은 어떤 의미일까. 선택이 아닌 ‘필수’일까, 아니면 취업을 위한 과정일 뿐일까. <매거진 N>은 아비섹 샤르마(Abhisek Sharma·인도·서울대 연구원), 사만다(Samantha Stephen·인도·아랍에미리트대학 연구원), 보우(Ku Ku Eng Bow·태국·교사), 아흐메도프 미르자악바르쇼흐(Akhmedov Mirzaakbarshoh·우즈베키스탄·서울대) 반연문(Pan Yanwen·중국·고려대 철학과) 등 유학을 경험했거나 현재 유학중인 이들에게 물었다.
근래 아시아의 대학 진학률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에 가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반연문 중국 사람들은 명문대에서 졸업장을 받아야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과 같진 않다. 한국처럼 ‘스펙쌓기’에 열중하기보단 대학활동 자체에 의미를 두고 그 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새로운 것들은 경험한다.
샤르마 인도 학생 절반 이상이 명문대를 가야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문’ 자체를 위해 입학하는 학생은 2~3%에 불과할 듯하다. 오늘날 대학교육의 목표는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변질됐다.
보우 태국사람들은 대학교육 과정을 ‘의무교육’으로 여겨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일반적인 과정으로 생각한다.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 여기는 것 같다.
아흐메도프 한국과 달리 우즈베키스탄에선 대학진학률이 낮은 편이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대학은 모두 국립이다. 정부가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30% 대학생들이 학비를 면제받고, 모든 대학생들이 성적에 따라 생활비를 받는다.
많은 아시아 학생들이 유학길에 오르고 있다. 본인이 유학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반연문 반드시 유학을 가야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졸업장 자체보다는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우 해외 교육시스템과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대학’에 대한 영국과 태국의 인식은 꽤 다르다. 태국은 대학을 그저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영국은 ‘자아실현’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대학문화를 느끼고 싶었고, 개인적인 꿈도 이루고 싶었다.
사만다 인도에는 석·박사 학위를 받기 위한 교육기관이 매우 부족하다.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가르치는 대학도 적은 편이고, 특히 과학과 생명공학 커리큘럼을 제대로 갖춘 대학은 2~3곳에 불과하다. 때문에 진학을 희망하는 인도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외국대학의 연구환경이나 시설도 인도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아흐메도프 우연히 한국으로 여행 왔다가 장학금을 받고 한국에서 공부하게 됐다. 사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유학을 많이 가지 않는다. 대신 영국이나 러시아 대학들이 우즈베키스탄에 분교를 차렸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The University of Westminster)이 유명하고 러시아 대학들도 많다. 정부가 자국 학생들의 유학 대신 해외대학 유치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나, 유학생들이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서 취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입장에선 손해다. 그래서 유학을 장려하는 시스템이 없어졌다
많은 아시아 학생들이 유학길에 오른다. 유학 생활을 하며 느낀 자국과 해외대학의 차이점과 배운 점은 무엇이었나.
샤르마 유학은 그 나라의 문화까지 배워야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방면에서 그 나라의 방식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 사고가 개방적으로 바뀐 점이 좋다. 단점을 꼽자면 음식문화와 언어다. 나는 채식주의자라 한국에서 식사하는 것이 매우 힘들고, 한국어를 하지 못해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대학에선 교수가 주는 정보를 단순히 외우기만 한다.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내는 경우도 매우 제한되어 있다.
보우 태국은 교수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적다. 반면 영국의 경우, 학생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교수보단 학생들이 얘기를 많이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지식에 의지하여 수업을 진행한다는 단점도 있다.
사만다 유럽 미국 등 해외명문대학에서 공부하고 귀국하면 좋은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자기계발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학비가 너무 비싸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아랍에미레트대학교(UAE University)의 경우, 아랍 지방 학생들이 무료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외국학생들은 굉장히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한다.
아흐메도프 특유의 근면성과 경쟁력을 통해 단기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을 보며 배운 것이 많다. 하지만 안타까울 때도 있다. 한국학생들은 학점, 자격증, 취직만을 위해 공부하는 느낌이다. 서울대에서 학점 때문에 자살한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 대학은 인생의 한 부분일 뿐, 다른 중요한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제관계도 우즈베키스탄과 다르다. 한국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외국대학의 경우, 교수의 논리에 학생들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반연문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으로 바로 유학와 중국 대학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에선 경험할 수 없는 한국의 ‘선후배 문화’ 대학문화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다.
한국에서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사교육을 늘리는 등 입시 경쟁이 과열돼 있는 실정이다. 모국에도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나?
반연문 중국에는 ‘가오카오(高考)’라고 불리는 중국의 수능이 있다. ‘가오카오’ 당일엔 한국처럼 차량이 통제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고향 광동성 사람들은 학원에 잘 다니지 않는다. 주로 학교에서 공부한다. 반면 상해와 북경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사교육이 많고 입시 경쟁도 높다고 들었다.
샤르마 인도는 인구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경쟁은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오직 수능시험만을 위해 공부를 하진 않는다. 각 주마다 다른 교육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그냥 다른 과를 선택하거나 다른 대학에 진학한다.
아흐메도프 우즈베키스탄에선 한국과 같은 입시경쟁을 볼 수 없다. 대학진학을 부모가 강요하는 경우도 없고 한국처럼 ‘재수생’이란 개념도 없다.
사만다 인도 입시제도는 매우 까다로운 편이고, 경쟁도 높다.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 성적이 상위 5% 안에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