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티베트, 달라이 라마 ‘환생’ 놓고 이견···중국 입맛 맞는 후계자 선정 ‘속셈’

[아시아엔=편집국] 현존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사망한 뒤 다시 환생할까.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망명 중인 티베트 고승 카르마파 라마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티베트 전통으로는 현재 생존해 있는 라마의 환생에 대해 말을 아낀다. 내 생각으로는, 달라이 라마의 환생에 관해서는 그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며 ‘나는 그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사원 인근에서 활동하는 카르마파 라마는 달라이 라마가 반드시 환생할 것이라는 중국측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의 티베트 문제 담당 주웨이췬(朱維群)은 지난달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달라이 라마 환생 여부는 현재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의 혈통은 환생을 통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달라이 라마의 환생, 그의 혈통 단절과 지속을 결정하는 권한은 중국 중앙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주웨이친은 중국 최고자문기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민족종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도 그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훙 대변인은 “(환생하는 사람은) 해당 종교의 의식, 역사적 관습, 해당국 법과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는 “무신론자인 공산주의자들이 환생 문제에 이같이 언급하는 것은 우스운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티베트 망명정부의 총리가 “그것은 마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가 ‘내가 차기 교황을 정할 테니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고 비판한 사실을 보도했다.

중국이 1959년 티베트를 복속시킨 뒤 라마 선정 문제는 양극단으로 갈렸다. 달라이 라마, 카르마파 라마 등 티베트 고승들은 교황이 가톨릭 신자에게 끼치는 것만큼 티베트 불교 신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달라이 라마의 경우 여러 차례 환생했고 환생한 그들이 티베트를 효율적으로 통치해 왔다. 중국의 티베트 통치는 최근 몇년 사이 130여명의 분신 사태를 빚는 등 티베트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당국은 정부에 우호적인 후계구도를 선호함에 따라 1995년 달라이 라마가 6세 남아를 티베트 불교계의 제2인자인 판첸 라마의 환생으로 인정했을 때 집에 억류시키고 다른 소년을 판첸 라마로 내세웠다.

티베트인들은 지금도 중국이 내세운 판첸 라마는 가짜라고 비난한다. 현재 베이징에 거주하는 그는 삼엄한 경찰 경호를 받으며 단 세 번 티베트를 방문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혈통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우려해 환생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티베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태어날 수 있고, 여성으로 환생할 수 있으며, 어린이가 아닌 성인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달라이 라마가 지금 존재하는지 여부도 티베트인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달라이 라마 전통을 끝낼 수도 있다고 말해 중국 당국을 분격시켰다.

수세기 동안 계속된 환생 전통은 종종 2∼3명의 후보자가 경쟁을 벌이기도 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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