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성완종리스트 블랙홀에서 벗어나려면

한국 사람들은 모두 역량이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평균적으로 우수하다. 정치인은 누구나 대통령을 꿈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꿈은 자유이나, 사회에서는 각 차원에서 정치의 기능과 본령에 익숙한 사람을 발굴하여 선양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시대에 유능한 군수, 시장, 도지사를 발굴하여 격려하고 성원하며, 채찍질하는 캠페인을 벌이도록 하자. 중앙정치에서도 인재를 찾아보자. 최근 여당 원내대표의 연설이 야당의 박수를 받았다는데 이런 싹을 발견하고 키워보자. 여기서 언론은 선도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없는 것, 안 되는 것을 탓하고 한숨 쉴 것이 아니다.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찾아 갈고 닦을 때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75년 4월30일 사이공이 함락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베트남이 패망한 것이 아니라 2차 대전 종식 후 세계에 군림해오던 초강대국 미국이 처음으로 전쟁에 패한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쏟아 부은 돈과 젊은 생명은 무릇 幾何였던가? 베트남전의 종막은 미국의 절대적 우위의 시대가 내리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1453년 동로마제국이 멸망하는 것에 버금가는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가까이는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배한 것과 같이 유색인에 대한 백인의 우월이 종식되는 것을 상징한다. 한국으로서도 6.25전쟁이 발발하던 것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무엇보다도 박정희 대통령의 결연하고 단호한 의지는 국민을 안도하게 하였다. 지금도 “대통령은 어떤 어려움 가운데서도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10월유신 이래 국민의 사기는 떨어지고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있었지만, 이때 보여준 대통령의 강고한 의지는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전쟁의 모든 것은 장수(將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처럼 생생하게 보여줄 수가 없었다.

지도자의 자질 가운데 으뜸가는 것은 지혜, 포용성도 중요하지만 용기다. 백범이 광복군 훈련장을 방문하였을 때 자그마한 폭발물이 터졌다. 모두들 혼비백산하는데 백범은 “이게 무슨 소란인고?” 하며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백범은 타고난 담대한 대장부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교육과 훈련에 의해 용기를 가다듬을 수 있다. “워털루의 승리는 이튼의 운동장에서 얻어진 것”이라는 웰링턴의 술회는 이를 압축하여 보여준다.

시국은 가히 내우외환이라고 규정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은 시진핑의 영도아래 욱일승천하고 있고, 일본은 아베의 지휘아래 총돌격 자세를 다듬고 있으며, 북한 김정은은 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 각부를 통할하여야 할 국무총리가 정치적으로 사망상태에 빠졌다. 그밖에 여당의 핵심도 혼돈에 빠졌다. 이 난맥이 얼마나 갈지, 어떻게 결말이 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박정희 대통령이 발휘하던 철석같고 단호한 지도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국민이 기대하여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야당의 누구에게도 멀리는 신익희 조병옥, 가까이는 김영삼 김대중 같은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종교계에서도 한경직 목사, 성철 스님, 김수환 추기경 같은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

각계에서 시대를 이끄는 지도자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각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역량이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평균적으로 우수하다. 정치인은 누구나 대통령을 꿈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꿈은 자유이나, 사회에서는 각 차원에서 정치의 기능과 본령에 익숙한 사람을 발굴하여 선양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시대에 유능한 군수, 시장, 도지사를 발굴하여 격려하고 성원하며, 채찍질하는 캠페인을 벌이도록 하자. 중앙정치에서도 인재를 찾아보자. 최근 여당 원내대표의 연설이 야당의 박수를 받았다는데 이런 싹을 발견하고 키워보자. 여기서 언론은 선도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없는 것, 안 되는 것을 탓하고 한숨 쉴 것이 아니다.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찾아 갈고 닦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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