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키나와 섬마을, 아베 극우교과서 거부
일본 오키나와(沖繩) 다케토미(竹富) 마을이 극우교과서 사용을 강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맞서 승리했다.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는 21일 야에야마(八重山) 교과서 채택지구에서 다케토미를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케토미 산하 학교들은 독자적으로 교과서를 선정할 수 있게 됐다. 교과서 채택지구란 인접 복수 지자체들이 같은 교과서를 쓰도록 묶는 제도다.
다케토미가 속한 야에야마 교과서 채택 지구는 2012년도부터 중학교 공민(公民·사회) 교과서로 극우 성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계열의 이쿠호샤(育鵬社) 교과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다케토미 마을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책을 거부하고 도쿄서적 공민 교과서를 채택, 사용해왔다.
다케토미 마을의 게다모리 안조(慶田盛安三) 교육장은 “정말 기쁘다. 아이들에게 지역 특색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쿠호샤 교과서에 대해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일본군이 오키나와 주민에게 자살을 강요한 것을 스스로 택했다고 기술하는 엉터리 교과서다”라고 비판했다.
다케토미 마을이 이쿠호샤 대신 채택한 도쿄서적 교과서는 전국 중학교의 60%가 사용하는 중립적 교과서이다. 그러나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문부성 정무관을 파견해 극우 교과서 채택을 요구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쿠호샤 교과서는 아베 총리의 교육 브레인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가 집필에 참여했다.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키나와 교육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드리겠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압력을 가했던 문부과학성도 “교과서 채택 지구에서 다케토미가 분리된 것은 유감이지만, 앞으로 다케토미가 독자적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