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달은 젖지 않는다

    얼마 전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 나오며 문득 소헌왕후를 떠올렸다. 단종의 할머니이자 세조의 어머니였던 소헌왕후(1395–1446). 만약 그녀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그토록 비극적인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역사는 늘 한 사람의 부재 위에서 방향을 틀기도 한다. 엊그제는 대보름이었다. 점심에는 오곡밥이 나왔고, 응급수술을 마치고 나오며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둥글어야 할 달이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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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진리’를 가장한 ‘편리’를 좇고 있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주요 절기마다 제물이나 십일조로 드릴 동물을 데리고 여행을 해야 했습니다. 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집에서 성전까지 몇 주씩 걸려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동물을 데리고 긴 시간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데리고’ 간다기보다 ‘모시고’ 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의 동물의 컨디션을 성전에 도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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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경칩 편지’ 홍사성

    매화 들녘에 나갔더니 얼었던 땅이 들썩거리오무엇에 놀랐는지 개구리들이 꽈르륵대오시내물은 졸졸졸 여기저기 도롱뇽 알이오 속병에 좋다고 고로쇠물 받느라 법석이오남녘에서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당도했오친구가 막내딸 혼사라고 청첩을 보내왔오 두터운 옷들은 옷장에 넣고 새옷을 꺼내오어느덧 천지에 새기운 돌아 가슴이 설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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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적어 보네요, 남겨 보네요’ 김영관

    다시, 한 번 더, 다시/찾아 보려 적어 보네요/ 잊지 않으려 남겨 보네요/ 그곳에서/ 아픔의 시간 모두 잊고/ 웃음꽃으로 만개하라고..<AI 생성이미지> 아픔의 시간들 잊어지면 안 되는,잊혀질 수 없는 그런 시간들. 누구의 아들들,누구의 딸들, 누구의, 누구의 가족들. 한순간,정말 모두 한순간지워지는 이름들. 지울 수 없어,잊을 수 없어. 다시,한 번 더,다시 찾아 보려적어 보네요,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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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S에게’ 심형철

    난 오늘도 강둑을 뒤로 걷는다/ 딸아이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의 환한 웃음에 눈물이 난다는 S야/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니 같이 웃자꾸나 <AI 이미지> 세 살 같은 서른 살 딸을 가진 난긴 세월 족쇄를 찬 그림자로 살았다하늘도 원망하고 내 팔자가 서글펐다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살아냈다 어느날 내게 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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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석문섭 칼럼] ‘계약’의 파기, ‘언약’의 갱신

    하나님은 우리와 계약이 아니라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거래의 대상으로 여기며 계산기를 두드릴 때조차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언약적 사랑(Hesed)으로 대하십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사장님처럼 여길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기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본문에서. 사진은 ‘십계를 전달받은 모세’ 1659년 렘브란트 작 “내가 조각목으로 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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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시아

    라오스 수파누봉대, 2026 한국문학 번역 지원사업 선정…”한국문학 세계화 새 전기”

    라오스 수파누봉대학교 한국어학과가 ‘2026년 해외 한국학 대학 번역 교육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번 선정은 라오스 내 한국어학 교육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평가된다. 수파누봉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오충 시인의 시집 <금의 향연>을 교육용 번역 작품으로 선정하고, 학생들과 함께 체계적인 번역 교육과 실습을 진행할 예정이다. 번역 세미나는 총 11회에 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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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늘의 시] ‘3월’ 홍사성

    씨를 뿌렸더니 열흘 만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곡괭이 튕겨내던 언 땅이더니어느새 물렁합니다그 땅에 씨를 뿌렸더니열흘 만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숨어 지내던 새들이해방군처럼 들이닥친 봄볕 속으로눈부신 빗금을 긋습니다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는서로 먼저라며 기지개를 켭니다 요강으로 일 보던 뒷집 할머니가문지방 거뜬히 넘으셨답니다친정에서 조섭하던 옆집 막내는곧 둘째를 낳는답니다 ​너도 나도 신발 끈 고쳐매고대문 밖을 내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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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중림동 4번출구에서 떠오른 헝가리 영화 ‘사랑에 대한 예의’

    헝가리 영화 <사랑에 대한 예의>(Testről és lélekről, On Body and Soul) 포스터 입니다. 일디코 엔예디(Ildikó Enyedi) 감독 작품. 눈 내린 숲에서 마주친 사슴처럼, 우리의 마음도 조용히 서로를 마주 한다. 몸과 마음, 현실과 꿈 사이에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 아닐까. ‘사랑’이란 결국 같은 꿈을 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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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터테인먼트

    ‘왕과 사는 남자’의 무대, 영월에서 단종과 엄홍도, 김시습을 만나다

    “서강이라 불리는 평창강은 길이가 149km에 이르는데,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계방산 남동 계곡에서 발원하여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와 팔괴리 사이에서 동강과 합류하고, 그곳에서 마침내 굵은 물줄기가 되면서 남한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다. 서강 저 멀리 옅은 안개 속으로 푸른 산들이 연이어 보이고, 그 아랫자락에 청령포가 있다. 영월군에는 조선 왕조 여섯 번째 임금이면서 비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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