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괴물과 경이 사이에서…성형외과 의사의 질문

상상이 이성을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괴물로 변한다는 경고.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문장을 떠올렸다. “이론 없는 사실은 혼란이고, 사실 없는 이론은 환상이다”라는 말. 생각해 보면, 렘브란트와 고야 사이에는 바로 그 긴장이 놓여 있다.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상만으로도 완전하지 않다. 예술은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본문에서

더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전시를 따라 걷다가, 나는 한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지나갔지만, 나는 벽에 적힌 한 문장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이성 없이 방황하는 상상력은 괴물을 낳지만, 이성과 함께할 때 그것은 예술을 낳고 경이로움을 만들어낸다.”

이 문장은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의 것이지만, 그날의 전시는 오히려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에서 시작해 고야로 끝나는 하나의 긴 사유의 여정처럼 느껴졌다. 렘브란트의 빛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얼굴의 주름, 피부의 질감, 시선의 방향까지도 숨김없이 비춘다. 그것은 관찰의 예술이며, 사실에 대한 집요한 신뢰다. 그의 인물들은 아름답기보다는 진실하다. 그 진실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로 인간을 설득한다.

그러나 전시는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고야에 이르면 시선은 외부에서 내부로 급격히 이동한다. 이제 화가는 더 이상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느껴지는 것, 불안과 공포, 욕망과 환상이 화면 위로 올라온다. 이성의 경계가 흐려진 자리에서, 형상은 일그러지고 의미는 흔들린다.

그래서 그 복도에 놓인 문장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하나의 경고처럼 들린다. 상상이 이성을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괴물로 변한다는 경고.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문장을 떠올렸다. “이론 없는 사실은 혼란이고, 사실 없는 이론은 환상이다”라는 말.

생각해 보면, 렘브란트와 고야 사이에는 바로 그 긴장이 놓여 있다.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상만으로도 완전하지 않다. 예술은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는 어떤 얼굴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얼굴은, 과연 진실에 가까운가, 아니면 상상에 기운 것인가. 어쩌면 그 답은 언제나 하나일 것이다. 이성과 함께한 상상만이, 비로소 인간의 얼굴을 만든다.이나 크고 선명하게 마음을 울린다.-본문에서

나는 병원에서 그 경계를 매일 마주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얼굴을 가지고 오지만, 동시에 ‘다른 얼굴’을 함께 가져온다. 그것은 기억 속의 얼굴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이미지이기도 하며,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에 가깝기도 하다. 그 얼굴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그 상상이 현실과 만나는 방식이다. 상상이 이성을 벗어나면, 얼굴은 점점 현실에서 멀어진다. 균형은 과장되고, 비율은 무너지며, 결과는 개선이 아니라 이질감으로 남는다.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다고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가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고야가 말한 괴물이 탄생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고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는 결과가 언제나 만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는 얼굴과 타인이 기대하는 이미지 사이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술은 성공했지만 환자는 여전히 낯선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성형외과 의사의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고치거나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상상과 사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환자가 가져온 이야기와, 내가 알고 있는 신체의 진실을 조심스럽게 맞물리게 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준이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 기준. 렘브란트의 빛과 고야의 어둠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둘을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더현대의 그 복도는 짧았지만, 그 안에 놓인 질문은 길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진을 찍고 지나가겠지만, 나는 그 문장을 쉽게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얼굴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얼굴은, 과연 진실에 가까운가, 아니면 상상에 기운 것인가. 어쩌면 그 답은 언제나 하나일 것이다. 이성과 함께한 상상만이, 비로소 인간의 얼굴을 만든다.이나 크고 선명하게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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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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