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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입춘立春이면’ 박노해

    입춘이면 몸을 앓는다 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 은미한 떨림을 듣는다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눈발이 눈물로 녹아내리고 언 겨울 품에서 무언가 나오고 산 것과 죽은 것이 창호지처럼 얇구나 떨어져 자리를 지키는 씨앗처럼 아픈 몸 웅크려 햇빛 쪼이며 오늘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좋았다 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 은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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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음악] ‘아들과 나란히 밤길을 걸을 땐’ 이창기

    아들과 함께 나란히 밤길을 걷다가 기도원 앞 다리께서 서로 눈이 맞아 달처럼 씨익 웃는다. 너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안쓰럽다거나 어느새 거칠어진 내 숨소리가 마음 쓰여서만은 아닐 게다. 아마 나란히 걷는 이 밤길이 언젠가 아스라이 멀어져갈 별빛과 이어져 있음을, 그리고 그 새벽에 차마 나누지 못할 서툰 작별의 말을 미리 웃음으로 삭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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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시가 있는 풍경] ‘떨림’···네 이름을 부를 때

    네 이름을 부를 때 내 가슴이 따스해지지 않는다면, 네게 가닿는 내 손길 떨리지 않는다면 다시 심장을 데워야 하리. 어둠별 저물 때까지 이슬에 발 적시며 밤하늘별을 다시 헤어야 하고 모든 지는 것들과 밤새워 우는 것들에 다시 귀를 돋우며 길섶 파란 달개비 꽃 앞에서 산 능선 하얀 구절초 앞에서 발길 멈추고 새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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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음악] ‘새해의 기도’ 이해인

    1월 (해오름달 : Janurary) 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 (시샘달 : February) 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 (물오름달 : March) 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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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설중매(雪中梅), 설답조(雪踏鳥) 그윽히 바라보다

    시한이 솔찬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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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음악] ‘큰 눈’ 장석남

    큰 눈이 오면, 발이 묶이면, 과부의 사랑舍廊에서처럼 편안함이 일편 근심이 뒤주 냄새처럼 안겨온다 큰 눈이 오면, 눈이 모든 소란을 다 먹으면, 설원雪原과 고요를 밟고 와서 가지 않는 추억이 있다 한 치씩 나앉은 사물들 모두 제 아버지가 온 듯 즐겁고, 희고 무겁다 – 장석남(1965~ )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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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섣달 그믐의 저녁 단상’ 최명숙

    섣달 그믐밤의 어둠이 깊다 창가에는 아직 마른 국화꽃이 걸려있고 책상 위에는 완성하지 못한 시 한편이 놓여 있다 한 살을 더할 인생의 나이테를 단단히 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맺을 일년의 저녁 본래의 작은 나를 돌아본다 비록 작은 나였을지라도 여리고 착한 이들과 더불어 온 날들은 살만한 날이었다. 서로에게 눈과 귀, 다리가 되어 동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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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음악] ‘식구생각’···김민기 작사작곡·노래 양희은

    분홍빛 새털구름 하하 고운데 학교나간 울 오빠 송아지 타고 저기 오네 읍내 나가신 아빠는 왜 안오실까 엄마는 문만 빼꼼 열고 밥지을라 내다 보실라 미류나무 따라서 곧게 난 신작로 길 시커먼 자동차가 흙먼지 날리고 달려가네 군인가신 오빠는 몸 성하신지 아빠는 씻다말고 먼 산만 바라보시네 이웃집 분이네는 무슨 잔치 벌렸나 서울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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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어느 1월의 아침’ 김영관

    새해의 아침이 조금씩 조금씩 창문 유리 사이로 삐져들고 있을 때쯤 나는 깨끗한 몸으로 108배를 끝냈을 무렵 베란다 너머로 들려오는 쓰레기 차소리 찌이잉 척!  자연스럽게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에 갈 준비를 한다 다른 날과, 아니 다른 달과, 아니 다른 해와 크게 다름이 없이 매일이 그렇하듯, 매달이 그렇하듯, 매년이 그렇하듯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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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음악] 설날 ‘윤극영'(1903~1988)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 어머니도 호사 내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우리 집 뒤뜰에다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 까고 호도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 뛰기가 나는나는 좋아요 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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