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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14회
“환자들. 어디 있죠?” 루앙과 함께 건물로 들어서던 안젤라가 기준과 마주쳤다. 그녀는 일행이 눈치 채지 못하게 기준의 손을 살짝 잡아주었다. 기준은 직원들이 쉬고 있는 임시 병실로 안젤라를 안내했고 그녀는 곧바로 진료를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들은 흰 가운을 입은 안젤라의 손길이 닿자 하나 둘 평온을 찾아갔다.? 그때 누군가 방으로 들어섰다. 총지배인이었다.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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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13회
③삶의 세 기둥 회장과 수행임원들이 떠나자 리조트 일대를 휩싸고 있던 긴장감도 쏭 강의 새벽안개처럼 일시에 사라져버렸다. 그 대신에 평온한 일상이 재빠르게 찾아들었다. 총지배인의 호통소리가 줄어든 것 외에는 주의를 끌 만한 변화도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고 사람들은 어느 새 제각각 예전의 습관으로 복귀했다. 물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밤이 지나고 동이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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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12회
이튿날, 드디어 본사의 임원들과 회장이 도착했다. 그들을 맞는 자리에서 기준은 뜻밖의 인물을 발견했다. “아니, 사장님!” 기준이 서번트 투어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동안 묵묵히 지지를 보내준 사장이었다. 또한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기준이 대대적인 기업봉사 활동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행 지시를 내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종합 레저 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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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11회
기준은 점점 일하는 기계처럼 변해갔다. 휴식은커녕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뛰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도 그는 불을 끄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역시 절대시간이 부족했다. 기준은 회장의 방문 날짜에 맞춘 최종 점검표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D-5 환기 시스템이 정상화, D-4 바 천정 누수 문제가 해결, D-3 스위트룸 바닥 공사가 마무리,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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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10회
④ 혼돈 시공회사의 보수공사 팀이 오기로 한 날. 이른 아침, 기준은 코끼리 사육장이 보이는 방갈로 공사장에 나와 앉았다. 일과가 시작되려면 아직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강 건너 산기슭에는 구름과 안개가 경계를 없앤 채 남쪽으로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고 가까운 물 쪽으로는 길고 좁은 나무배 몇 척이 미끄러지듯 소리 없이 움직이며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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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9회
? “여기 사람들, 사실은 대부분 실향민들이에요. 원래는 지금 그 리조트 자리에 살던 사람들이죠. 거기 있던 재래시장이며 원주민들 모두 뿔뿔이 흩어졌어요. 왕위앙이 개발될수록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겠죠.” 리조트 개발로 인해 순식간에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그 일로 등을 돌린 조카와 외숙부, 그리고 쫓겨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안젤라……. 그녀와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기준의 머릿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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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8회
③오래된 꿈 루앙이 표시해 놓은 산간마을은 대략 위앙깜과 남밍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공식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국도에서 갈라진 오르막 샛길로 이십 여 분을 들어가자 지척에서 개 짖는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이런 곳에 마을이?’ 숲속에 마을이 있었다. 아니,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쥬로우(竹樓)라 불리는 기둥 위의 전통가옥들이 숲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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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7회
위앙짠 주정부 건물로 들어선 두 사람은 건설국 사무실 앞에서 30여분을 더 기다린 끝에 카이손 아마스를 만날 수 있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콧수염을 기른 사내였다. 그는 문 밖까지 나와 먼저 온 손님을 배웅하고 있었다. “최근에 무사오 리조트를 인수한 자입니다. 동남아 레저업계의 큰손이죠.” 변차장이 빠르게 설명했다. 손님을 보낸 뒤 카이손 아마스는 변형섭 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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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6회
② 임무 ? 기준은 변형섭의 지프에 올라 산간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언제 폭우가 쏟아졌던가 싶을 정도로 맑고 뜨거운 날씨였다. “루앙이라는 양반, ……어떤 사람이죠?” 기준이 물었다. “영국에서 살다 왔다는데 자세한 건 모릅니다. 여기선 별명이 코끼리 철학자입니다. 아는 것도 많고 성격도 좋은데 가끔씩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게 문제죠.” “코끼리 철학자라……, 그것도 변차장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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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5회
그때 직원이 다가와 기준을 숙소로 안내했다. 리조트 공사장 옆에 임시로 지은 라오스 전통 목조 가옥이었다. 가구는 침대 하나와 간이책상, 옷걸이가 전부였지만 나름대로 아늑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공사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창문이 마음에 들었다. 여장을 풀고 침대에 걸터앉자 피로가 몰려왔다. 창밖으로는 루앙이 다시 방갈로 지붕에 올라가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기준은 침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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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4회
“어제 오기로 하지 않았나?” 인사가 끝나자마자 총지배인이 대뜸 물었다. “빗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기준은 논두렁에 빠진 채 차안에서 잠을 자야 했던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려 했다. “아무튼 자네는 어제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말이야.” 기준은 총지배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칼과 둥글둥글한 얼굴은 친근한 느낌을 주었지만 오랫동안 현장을 지휘해본 사람답게 은근히 위압적인 눈빛이 예사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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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3회
1부 ① 낙원의 이면 뜨거운 햇볕이 잠을 깨웠다. 차창 밖으로 한 사내가 열대의 태양을 등진 채 서 있었다. 역광으로 인해 실루엣만 어른거릴 뿐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림자 사내가 영어로 물었다. “괜찮소?” 고개를 저으며 문을 열다가 기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코끼리 한 마리가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세차게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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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2회
“조난당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게 되는 진짜 원인은 수치심이나 자책감 때문이래요.”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무숙자가 말했다. 무숙자는 기준이 동남아를 누비며 서번트투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림자처럼 곁을 지켜온 소중한 후배였다. 늘 함께 비행기에 올랐었지만 이제 더 이상 동행할 수 없게 된 것에 못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책감 때문에?”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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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 연재소설] 살아가는 방법-1회
프롤로그 낡은 왜건 한 대가 거센 빗줄기를 헤치며 라오스의 어두운 산길을 달리고 있다. 수도 위앙짠에서 휴양도시 왕위앙으로 이어지는 편도 1차선 도로. 오가는 차량도 모두 끊어지고 간간이 보이던 불빛마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천둥과 번개가 이어졌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으로 이루어진 나라의 외진 지방 도로는 어느새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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