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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든의 교훈 ‘형식과 원칙의 공유’
[아시아엔=박현찬 <경청>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저자] 1946년 9월 27일자 <뉴욕타임즈>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오든(W. H. Auden)이 뉴스쿨대학(New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셰익스피어 강의를 개설한다.” 이 소식은 곧바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강의가 시작되자 매 회 500명이 넘는 청중이 강당을 가득 메웠는데, 오든이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강연을 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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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푸가초프’를 대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자세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아시아엔=박현찬 스토리로직 대표, <경청>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저자] 1775년 정월의 제정 러시아.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만을 헤아리는 인파가 모스크바의 광장을 가득 메웠다. 농민봉기를 일으켜 러시아 전역을 혼란에 빠뜨렸던 푸가초프(Pugachev)라는 인물의 사형집행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네 갈래로 찢기는 극형에 처해지게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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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투기를 권하는 사회와 가상화폐 논란 “투자일까 아니면 투기일까?”
[아시아엔=박현찬 스토리로직대표, 작가 ‘경청’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1637년 2월의 어느 날 얀 반 고엔(Jan van Goyen)이라는 네덜란드의 화가는 일생일대의 비극을 맞이한다. 주변에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아무리 무성해도 오직 풍경화에만 몰두하던 그가 마침내 자신의 전 재산을 튤립에 투자했던 것이다. 튤립 한 뿌리 가격이 자그마치 지금 돈으로 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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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궁합맞는 사업파트너 어떻게 고를까?
[아시아엔=박현찬?스토리로직 대표] 사업이 잘 되어서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하자. 누군가 당신에게 동업자를 추천한다. “이 사람은 우리가 모든 것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지 이익이 되는 기회는 절대로 놓치지 않으며, 동업자가 요구하는 일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완수합니다.” 심지어 부정한 방법을 써서 남의 재산을 빼내는 재주도 있는데,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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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현찬의 아시아시대] ‘이기주의자들’과 공감하는 법
[아시아엔=박현찬 ‘마중물’ ‘원칙 있는 삶’ ‘경청’ 저자] “필요한 사람인가?” 불쑥 이런 말을 듣는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만약 당신이 기업이나 조직의 책임자라면 당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나를 계속 필요로 할까, 우리 가족은 정말 나를 필요로 할까, 나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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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의 Asian Dream] 창조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체력과 기술력’,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가?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인 대부분은 ‘우리 축구는 기술력보다는 체력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한국축구가 기술력보다 체력이 더 약하다”고 말했다. 월드컵 16강 수준에서 보면 두 가지 모두 약하지만, 체력보다는 기술력이 조금 더 나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히딩크의 견해에 동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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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의 Asian Dream] 터키 계몽군주,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아시아엔=박현찬 칼럼니스트] 1922년 가을, 무스타파 케말은 사카리아(Sakarya) 전선의 임무를 완수하고 앙카라(Ankara)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나톨리아 고원 지대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앙카라, 척박한 구릉지대에 둘러싸인 오래 된 도시는 대로변의 가로수를 제외하면 수목이나 수풀이 흔치 않아 삭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앙카라 남동쪽을 바라보는 찬카야(Cankaya) 언덕은 달랐다. 작년 봄, 역장 관사에 머물던 무스타파 케말은 매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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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박현찬의 Asian Dream] 지압장군 “역사는 왕복달리기가 아니라네”
[아시아엔=박현찬 <경청> <마중물> 저자] ?“왜 이렇게 퍼져있어? 오늘도 또 왕복달리기 한 거야?” 팀장이 툴툴거린다. 여의도 금융가에서 외환 딜러로 일하고 있는 황 대리는 오전에도, 오후에도 열나게 달렸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나마 큰 손해를 보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위안 삼는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매우 단순한 규칙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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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찬의 Asian Dream] 막사이사이 “공직자여, 사심을 버려라”
필리핀의 여름은 3월이면 시작된다고 한다. 1957년에도 3월 중순이 되자 어김없이 무더위가 찾아왔다. 하지만 3월 16일 토요일 새벽, 마닐라 한 복판을 흐르는 파시그(Pasig)강 북쪽 강변에 스페인 식민지 양식으로 우아하게 지어진 말라카낭 궁전(Malacanang Palace)의 침실은 왠지 서늘함이 감돌았다. 한기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오전 5시 30분쯤에 일어나던 라몬은 그날 아침에는 새벽 4시에 일찍 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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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우리는 언제까지 ‘왜냐고’ 물어야 할까요?
10년 전인 2004년 12월 30일 저녁의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크로마뇬(Cromanon)이라는 나이트클럽은 연말대목을 맞아 즐거운 분위가 넘쳤습니다. 클럽은 관행대로 정원을 초과해 사람들을 입장시켰고 출입 통제를 위해 비상구는 잠가 두었습니다. 클럽 안의 젊은이들은 카에헤로 밴드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클럽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흔히 그렇듯이 클럽 건물은 화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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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박현찬의 Asian Dream] 루쉰 “어둠을 직시하면 빛이 보인다”
깊은 바다 속에 잠긴 듯 온통 축축하고 답답했다. 어둠 속이라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괴로운 숨소리로 가득 찬 방은 크고 공허했다. 어느 순간 벽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사면이 일제히 압박해 들어오는데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떠서 어둠의 중심을 노려보았다. 호흡이 가빠지며 현기증이 났다. 천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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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박현찬의 Asian Dream] 나쓰메 소세키, 이런 꿈을 꾸었다
언젠가 이런 꿈을 꾸었다. 분명치는 않지만 큰 배를 타고 있었다. 아마 2년 전(1900년) 요코하마(橫浜)를 떠날 때 탔던 독일의 기선 프로이센호와 같은 배였는지도 모른다. 배는 밤낮 없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파도를 가르고 나아갔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배는 서쪽으로 갑니까?” 선원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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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황 방한] “세월호 상처 보듬어 주세요”
고통받는 이들 눈물 닦아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4년 12월 30일 저녁의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크로마뇬(Cromanon)이라는 나이트클럽은 연말대목을 맞아 즐거운 분위가 넘쳤습니다. 클럽은 관행대로 정원을 초과해 사람들을 입장시켰고 출입 통제를 위해 비상구는 잠가 두었습니다. 클럽 안의 젊은이들은 카에헤로 밴드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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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팩션 한국사 ⑩] 역사드라마, ‘삼봉 정도전’을 만나 빛나다
<동북아역사재단-아시아엔(The AsiaN) 공동기획> 유신체제가 한국사회를 전 방위적으로 압박하던 시절, 30대 초반의 병아리 교수는 서울 동숭동 문리대 꼭대기 가건물의 외진 방에서 연구에 매진한다. 그는 역사의 한 인물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그 인물의 생애와 사상, 성취와 좌절에까지 흠뻑 빠져든 젊은 교수는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와 함께 시대의 고민을 토론하고 울분을 토로하며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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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현찬의 Asian Dream] 수운 최제우, “산 밖의 산 넘어야 비로소 길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 속, 쫓기듯 달려가던 한 사내가 갑자기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땅에 엎드려 흐느낀다. 한 동안 피를 토하듯 애끓는 통곡이 이어졌다. 한식경쯤 지났을까, 숲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이윽고 몸을 추스른 사내는 옹달샘에서 한 바가지 청수를 정성스럽게 모셨다. 그리고는 영남의 대구 쪽을 바라보며 큰 절을 한다. 때는 甲子年(186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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