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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우근 칼럼] 막장정치 바로잡을 책임은 결국 국민 몫
단테는 <신곡>(神曲)의 지옥문 위에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글귀를 써놓았는데, 일본의 판사였던 세기 히로시(瀬木比呂志)는 <법정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책에서 일본 사법부의 치부(恥部)를 거침없이 파헤쳤다.(본문에서) 혼돈이다. 어마어마한 산불이 드넓은 산야(山野)를 삽시간에 집어삼키더니, 칠흑 같은 정치적 혼란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수개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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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우근 칼럼]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에 신의 은총이 숨어 있다”
“너희 몸이 하나님의 성전인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린도전서 3:16) 성전은 우뚝 솟은 건물이 아니다. 엄숙하게 차린 제단이 아니다. 우리 몸이 성전이다! 몸으로 만나는 영성(靈性)…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Karl Rahner)는 몸의 신앙을 이렇게 풀어낸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삶의 일상에 신의 은총이 숨어 있다.” 사진은 칼 라너(Karl Rahner) [아시아엔=이우근 변호사, 숙명여대 석좌교수, PEN.KOREA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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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우근 칼럼] 쓸모 있는 바보가 될 것인가, 분별력 있는 주권자가 될 것인가?
선악을 거꾸로 뒤집으려는 정치공작, 분열과 증오의 불씨를 흩뿌리는 광기 서린 대중선동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의무다. 들풀처럼 땅속 깊이 뿌리 내린 민초(民草)들의 자유혼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 민주국가에서 자유를 누리면서도 내심으로는 전체주의를 동경하는 지식인을 레닌은 ‘쓸모 있는 바보들'(Useful Idiots)이라고 불렀다.-본문에서 제3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휩쓸고 지나간 2040년의 영국,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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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우근 칼럼] 윤동주 시인이여, 지금 이 땅에 소망의 맑은 종소리 울려주오
소망의 맑은 종소리가 울리는 자리는 지금도 흔치 않다. 소망은 일제 암흑기에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다. 극심한 국가적, 사회적 혼란에 빠져있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소망의 빛이 절실히 필요하다.(본문에서) 사진은 1970년대 청계천 활빈교회 십자가 <사진 노무라 작가> 지난 2월 16일은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 그 순결한 시어(詩語)들을 우리에게 남긴 윤동주 시인이 일제의 감옥에서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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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80년 전 윤동주가 오늘 여기에 온다면…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면서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붉은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십자가’) 해마다 2월이 되면 일본 후쿠오카의 한 공원에서는 싸늘한 새벽바람을 가르며 정갈한 시어(詩語)가 흐르곤 한다.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獄死)한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일본인들이 우리말로 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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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성전과 법정…”진실은 일부러 다듬고 꾸미지 않는다”
1503년에 착공된 지 120년만인 1624년에 준공된 베드로 대성당에는 뛰어난 미술품들이 가득하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비롯, 파브리스의 베드로 상, 코르나키니의 엘리아 상, 타돌리니의 바오로 상 등이 베르니니의 발다키노와 함께 웅장한 성당 안에 자리하고 있다.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등 거장들의 손길을 거치며 르네상스 예술을 한껏 드높인 베드로 대성당은 5백여 년 전에 지은 건물이라고는 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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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또다시 을사년’…”변화와 쇄신, 지혜와 생명력 넘치는 2025년 함께 만들길”
<빈상설>(鬢上雪)은 1908년에 이해조가 발표한 신소설이다. ‘하얗게 센 귀밑머리’를 뜻하는 제목의 이 소설은 처첩(妻妾)의 갈등 때문에 몰락해가는 북촌 부잣집을 소재로 개화기의 혼란상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 ‘을사년시럽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3년 전인 1905년의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제국주의 일본에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울분에서 ‘을사년시럽다’는 말이 생겨났고, 그 뒤에 ‘을사년→을시년→을씨년’으로 변했다고 한다. 120년 전의 을사년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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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
2025년은 뱀띠 해다. 뱀은 구약성서에서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사탄의 변용(變容)으로 나타나고, 법화경(法華經)에서는 유혹과 애욕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꿈에 뱀이 나타난 날은 왠지 기분이 꺼림칙하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뱀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렇지만 뱀의 세계에는 소름끼치는 독사(毒蛇)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계의 로고가 된 아스클레피오스와 헤르메스의 지팡이에는 뱀이 감겨있다. 독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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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우울한 세밑, 그래도 새로운 각오, 참신한 다짐으로 새해를…
[아시아엔=이우근 변호사, 숙명여대 석좌교수] 하루의 삶은 황혼녘에 그 전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한 해의 삶도 세밑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모호한 얼굴을 드러낸다. 한 해 동안 달려온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깊은 후회와 탄식에 빠져드는 세밑, 이 해의 황혼녘이다. 그 후회와 탄식 없이는 새로운 각오, 참신한 다짐의 새해를 맞을 수 없다. 후회와 탄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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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누군가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이제껏 크리스마스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다 기념일일 뿐이다.” 지구촌 곳곳의 세밑을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오늘의 크리스마스가 저 2천여 년 전 베들레헴 마구간의 성탄절인가, 아니면 그 기념일에 불과한가? 성탄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성당과 교회당에서 울려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 속에? 사랑하는 이들끼리 주고받는 크리스마스 카드 안에? 백화점의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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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11월 감사의 계절 ‘성육신’
수확철 끝무렵인 11월은 감사의 계절이다. 추수감사절의 성서적 기원은 ‘수코트'(סוכות)라는 초막절(草幕節)이다. 옛 유대인들은 초막절 성전에 빈손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제단에 바치고(레위기 23:37~38), 그 제물을 이웃과 함께 나눴다(신명기 16:13~15). 나눔과 사랑의 화목제(和睦祭), 이것이 공동체의 추수감사절이다. 하나님은 탄식하신다. “내가 배고프다고 너희에게 달라고 하겠느냐? 온 누리와 거기 가득한 것이 모두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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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우근 칼럼] 보이지 않는 ‘우상’과 폭격에 희생된 ‘어린이들’
마음껏 뛰놀아야 할 눈망울 초롱초롱한 어린아이들이 거리에서, 학교에서, 아니 집에서, 영문도 모른 채 마구 죽어간다. 또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중동 마을 곳곳의 비참한 모습이다. 민족적 적대감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 전쟁의 밑바닥에는 종교의 갈등이 깊이 뿌리박혀 있다. 노인과 어린아이의 목숨을 빼앗는 종교적 신념이라니, 차라리 무신론자가 보다 인간적이겠다. 유대교,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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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10월이 가면, 영혼의 계절이 더욱 깊어지기를…
10월의 끝자락을 밀어내며 가을이 깊어간다. 산과 숲의 꽃나무들은 찬란한 단풍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적갈색의 어두운 잎들을 땅에 떨어뜨린다. 10월이 가면, 아름다움도 사위어간다. 그렇지만 사위고 잃어버리는 것은 또한 익어가는 것이다. 잃는 것이 없으면 익는 것도 없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익어가고 성숙해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니체는 외쳤을 게다. “가을은 자연의 계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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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기복과 형통의 우상숭배 버리고 정녕 올바른 신앙개혁으로…
종교개혁인가, 신앙개혁인가? 서구역사상 가장 강대한 국가였던 로마제국은 동서 두 나라로 분열된 뒤 서로마는 게르만족에게, 동로마는 오스만투르크에게 멸망 당했다. 게르만이나 오스만투르크가 로마보다 강해서만은 아니었다. 로마가 안에서부터 썩어갔기 때문이다. 황제와 귀족들은 생산과정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채 소비생활의 향락만을 즐겼고, 나라를 지켜야 할 장군들은 용병에게 전투력을 의존한 채 출세의 기회를 노리며 정치판을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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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이우근 칼럼] 한글과 세종대왕한테 배우다
이념을 외치는가. 한글에서 배워라. 한글은 지구상에서 이념을 품고 있는 단 하나의 문자다. 무슨 이념인가. 인간의 정신활동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격조 높은 문화이념이다.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보릿고개를 넘던 절대빈곤의 농업국가에서 세종대왕은 세제 개혁과 영농의 과학화로 경제구조 개선에 온 힘을 쏟았지만, 그 경제정책의 무게도 한글 창제의 열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글은 나라의 물질적 기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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