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람칼럼

[이상기 칼럼] 인요한 적십자사 회장 인준,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인요한 전 국회의원이 지난 6월 22일 대한적십자사 제3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한 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인준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6월 22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인 전 의원을 제3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의료현장 경험과 공공보건 활동, 북한 결핵 퇴치와 의료장비 지원 등의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법적·절차적 관문도 사실상 넘어섰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8월 24일 인 전 의원의 적십자사 회장 취업에 대해 ‘취업 가능’ 결정을 내렸다. 이제 대통령 인준만 받으면 취임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달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월 25일 청와대 만찬 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인 전 의원을 적십자사 회장에 인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당 안팎의 의견을 전달했다. 청와대는 “검토하겠다”고 했다.

인요한을 반대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는 2024년 12·3 비상계엄 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에서는 그가 과거 민간의료보험 확대나 영리병원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혈액사업과 공공병원을 운영하는 적십자사 수장으로 적합한지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런 지적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인 전 의원 자신도 적십자사 회장 선출 뒤 비상계엄 당시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의 정치적 판단과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은 당연히 검증 대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 하나는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인 인요한에 대한 평가와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요한의 적격성은 완전히 같은 문제인가.

대한적십자사는 정당의 외곽기관이 아니다. 혈액사업과 재난구호, 공공의료, 취약계층 지원, 국제협력과 남북 인도적 사업을 맡는다. 적십자운동이 인도·공평·중립·독립을 기본원칙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를 지지했는지보다 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보는 조직이어야 한다.

인요한의 이력 역시 정치 경력만으로 지울 수 없다. 그는 의사로 오랫동안 의료현장에 있었고 북한을 오가며 결핵 퇴치와 의료지원 활동에 참여했다. 한국형 구급차 개발에도 관여했다.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가 그를 회장으로 선출할 때 바로 이런 경력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렇다면 정치권도 같은 기준으로 답해야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 당시의 행보 때문에 적십자사 회장으로 부적격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이 적십자사의 인도주의 업무 수행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과거 의료정책에 대한 견해가 문제라면 어느 대목이 적십자사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단지 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거나 정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십자사 중앙위원회의 선출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사람을 정치적 판단만으로 막는다면 적십자사의 독립성과 중립성 역시 훼손될 수 있다.

반대로 인요한에게도 적십자의 중립성은 무거운 요구다.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 취임한다면 그 순간부터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이 아니라 적십자 사람이 돼야 한다. 자신을 지지한 사람과 반대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재난과 질병, 가난과 분단의 현장에 서야 한다. 적십자 완장은 권력의 표시가 아니라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가라는 표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이제 인요한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자율적 판단을 정치가 어디까지 존중할 것인지, 동시에 적십자사의 중립성을 어떤 기준으로 지킬 것인지의 문제다.

더구나 적십자사 내부 절차를 거쳐 선출되고 공직윤리 심사까지 끝난 뒤에도 대통령의 판단이 장기간 미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준하지 않을 이유가 충분하다면 인준하지 않으면 된다. 그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하면 된다. 적임자라고 판단한다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인준하면 된다.

결정을 미루는 것이 가장 나쁘다.

인요한의 계엄 당시 판단도 따져야 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생각도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적십자사 중앙위원회의 판단을 집권당의 정치적 판단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적십자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회장에게만 요구되는 원칙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존중해야 할 원칙이다.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인준하든 하지 않든 이유를 분명히 밝히면 된다. 인요한에게도, 대한적십자사 구성원에게도, 그의 선출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이 책임 있는 결정이다.

적십자까지 진영정치의 한복판에 오래 세워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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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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