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0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2026년 9월 9일 강원 인제에서 열렸다. 평화대상은 니시모리 시오조 전 일본 고치현의회 의장, 실천대상은 박준영 변호사와 안규리 라파엘나눔 이사장, 문예대상은 정호승 시인과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이 각각 받았다. 다음은 안규리 실천대상 수상자의 소감 전문이다. 현장 발언을 옮기되 고유명사와 명백한 음성 인식 오류, 문장 호흡만 바로잡았다. <편집자>
강의는 많이 했지만 아직도 이런 자리에서는 떨리기 때문에 수상소감을 적어왔습니다.
29년 전 저는 이주노동자 의료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을 덜컥 열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눔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의 마음과 생각 속에는 나눔에 대한 호기심과 크고 작은 경험이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니 우리는 나눠드린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환자들은 자신의 삶과 아픔을 우리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동료와 선후배, 봉사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재능, 따뜻한 마음을 보태주었습니다. 지난 29년은 어느 한 사람이 만든 시간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 가진 것을 내놓으며 함께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도전에는 크게 실패한 셈입니다. 우리가 드린 것보다 받은 것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과분하게도 만해실천대상이라는 큰 상을 주셨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씀하신 동체대비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나와 한 몸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일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라파엘의 지난 29년은 바로 그 마음을 조금씩 배워온 과정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돕겠다고 시작했지만 마침내 그들의 아픔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길이었습니다.
이번 수상은 소중한 생명을 봉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머물지 말고, 그 아픔에 공감하며 삶의 곁에 함께하라는 당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스님과 심사위원, 이 상을 위해 애쓴 분들, 만해를 기억하는 모든 분의 당부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지난 29년 동안 이 길을 함께 걸어준 라파엘의 모든 식구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